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융커 후보 선출에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EU 정상들 사이에서 '융커 불가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영국 신문 텔레그래프 등이 보도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잉글랜드 뉴워크 선거구 보궐선거 지원유세를 통해 "EU집행위원장은 EU 개혁을 이끌 인물이 돼야 한다"며 융커 후보를 공격했다.
그는 "EU 지도자는 거들먹거리지 않고 회원국을 존중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며 융커 후보를 우회적으로 몰아세웠다.
영국 언론들은 캐머런 총리의 공개적인 반대의사 표명을 계기로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까지 융커 후보 '비토' 움직임에 가세하고 있다고 전했다.
렌치 총리는 "융커 후보는 집행위원장 후보 가운데 한 명일 뿐"이라며 "그가 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불가론에 힘을 보탰다.
올랑드 대통령은 융커 후보를 반대하지 않지만, 유권자의 개혁 요구를 고려해 피에르 모스코비치 프랑스 전 재무장관 같은 새 인물의 기용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전날 캐머런 영국 총리가 융커 후보가 EU 집행위원장이 되면 영국이 EU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경고했다고 밝혀 집행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 기류를 전했다.
캐머런 총리는 최근 벨기에 브뤠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융커 후보를 두고 "1980년대 인물이 앞으로 5년간 (EU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거부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동안 EU 회원국 정상 중에서는 캐머런 총리를 비롯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 프레드릭 라인펠트 스웨덴 총리 등이 융커 후보 선출에 반대해왔다.
EPP에 소속된 독일 기민당(CDU)을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융커 후보에 대한 반감이 확산함에 따라 기존의 지지방침에서 유보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융커 후보는 자신을 겨냥한 캐머런 총리의 비토 발언과 관련 이날 독일 신문 빌트를 통해 "캐머런 총리를 비롯한 일부 세력들이 자신에 대한 비방에 나서고 있다"고 반격했다. 그는 "유럽의회 최다 정파의 대표후보로서 집행위원장 피선을 자신한다"고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혔다.
EU 정상들은 막후 협의를 거쳐 오는 26∼27일 EU 정상회의에서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의 후임자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