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선거 초기 상당한 우위를 보이던 고승덕 후보의 지지세가 꺾였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친딸로부터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비난을 들은 만큼, 유권자들의 표심도 부정적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날 고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딸의 폭로는 문용린 후보의 정치공작이었다'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그의 트위터 계정에 남겨진 유권자들의 댓글은 대체로 냉소적이었다. 하지만 고 후보가 최종적으로 선거에서 패할 것이라고 예단할 수 없다.
딸의 폭로는 '사전투표' 마지막날인 지난달 31일 오후에야 알려졌다. 따라서 뒤늦게 이 소식에 충격을 받고 고 후보에게 실망을 한 유권자일지라도, 사전투표를 하는 그 순간에는 영향을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또 고 후보가 벌인 발빠른 '정치공작론 반격'이 지지층에게는 '결속의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현 상황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고 후보와 함께 보수진영의 교육감 후보로 꼽히는 문용린 후보는 이번 사태로 일단 득을 봤다. 고 후보에 대해 실망한 '보수 표심'을 흡수할 절호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진보진영이었던 전임 곽노현 교육감이 직을 박탈당한 뒤, '반 전교조' 기치를 내걸고 당선됐었다.
물론 문 후보도 낙관만 하기는 이르다. 고 후보로부터 '공작정치'의 주범으로 지목당하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상태인 데다, 고 후보에 대한 '실망표'가 온전히 문 후보에게만 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고 후보 지지층 가운데 보수 유권자가 아닌 중도 유권자라면 보수진영 후보 전부를 내버릴 가능성도 있다.
민주진보진영 단일후보인 조희연 후보는 어부지리를 충분히 누리고 있다. 고승덕-문용린 보수 후보들의 이전투구가 조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었다고 평가된다. 실제로 최근 들어 조 후보의 지지율이 상당히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조 후보의 둘째아들이 포털 사이트에 글을 올려 '아버지는 한 점의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라고 지지를 호소한 사례가, 딸에게서 탄핵당한 고 후보와 비교되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다만 여전히 미흡한 인지도나, 민선 교육감선거 도입 이래 '단 한번' 외에 진보성향 교육감을 당선시킨 적 없는 서울의 보수적 표심이 걸림돌로 거론된다.
특정 캠프의 관계자는 "딸의 폭로가 고 후보의 독주 가능성을 없앴다는 건 분명하다"며 "현재 세 후보가 크지 않은 지지율 격차에서 경합하고 있는데, 투표함 뚜껑을 열기 전에는 결과를 예견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