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평등, 동지애를 뜻하는 세 손가락은 군부 쿠데타 반대의 상징이다.
이들은 이날 아침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레드셔츠' 지도자 솜밧 분가마농이 페이스북에 "'터미널21'에서 만나요"라고 올린 글을 보고 모였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솜밧의 제안이 실제 시위로 이어진 것이다.
솜밧은 군부의 소환에 응하지 않고 은신한 채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위를 제안하고 있다. 본인 페이스북에는 할리우드 영화 제목을 본떠 '잡을 테면 잡아봐'(Catch Me If You Can!)이라고 적어둔 상태다.
시위가 시작되자 군과 경찰이 들이닥쳤다. 기관총을 실은 군용트럭 2대가 시위 현장에 접근했다가 군중의 야유로 물러나기도 했다. 다행히 시위는 2시간 만에 탈 없이 끝났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터미널21' 말고도 방콕 시내 곳곳에 병력이 배치돼 산발적인 시위에 대비했다면서 태군 군부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에 대한 대응을 놓고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태국 군부는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하지는 않았지만 이용자들에게 주의하라고 경고하면서 사실상 금지령을 내린 상태다.
그러나 시민들은 군부의 추적을 따돌리면서 소셜미디어에서 공유한 정보로 쿠데타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에 나온 한 시민은 WSJ에 "(익명성이 보장돼 추적이 어려운 인터넷 브라우저인) 토르(Tor)를 사용해 솜밧의 페이스북에 접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민은 "우리는 아마 다음 주말쯤 또 모일 것"이라며 소셜미디어를 매개로 한 시위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WSJ는 네이버의 '라인'이 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바일 메신저이며 이를 통해 서로 소식을 전한다는 시위대들의 얘기도 전했다.
소셜미디어는 쿠데타 반대 여론을 퍼뜨리는 창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시민 몇몇이 쿠데타에 반대하는 뜻으로 통제사회를 그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읽는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고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군부는 대응에 애쓰고 있으나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29일 온라인상의 반쿠데타 여론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군부가 소집한 회의에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회사 관계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WSJ는 군부 관계자들이 이달 중 구글 및 페이스북 관계자를 만나러 싱가포르에 갈 예정이라며 일본에 있는 라인 본사 방문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