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과의 크리스마스'…美병장의 5년 억류생활

배드민턴·녹차 즐겨…이슬람에는 '시큰둥'

거의 5년 만에 석방된 아프간 전쟁의 마지막 미군 포로 보 버그달(28) 병장은 억류 생활 중 기독교 휴일을 빼먹지 않고 챙겼다.

그를 감시하는 탈레반 무장단체 조직원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기는가 하면 이들에게 배드민턴을 '전파'하기도 했다.

그를 생포해 억류한 것으로 알려진 탈레반 무장단체 '하카니 네트워크'의 지도자는 1일(현지시간)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버그달의 억류 생활을 전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지도자는 "버그달은 절대로 그의 종교가 기리는 휴일을 그냥 지나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버그달은 감시자에게 '크리스마스 혹은 부활절이 몇 주 후에 온다'고 꼭 알려줬다"며 "감시자들과 이를 함께 즐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하카니 네트워크의 조직원들이 버그달에게 이슬람교를 설파하고 관련 서적도 줬지만 버그달은 '세속'에 더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버그달은 배드민턴을 치거나 식사 준비를 돕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특히 배드민턴을 아주 좋아해 많은 조직원한테 가르쳐주기도 했다"고 했다.

버그달은 육류를 좋아하는 다른 조직원들과는 다르게 채소류를 선호했으며, 카와(아프간 녹차)에 빠져 하루 종일 이를 마시기도 했다.

또 지난 5년간 파슈툰어(아프간어)와 다리어(페르시아어의 일종)를 능숙하게 익혔다고 그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버그달의 억류 생활에 대해 하카니 네트워크가 그를 중요한 '자산'으로 봤으며 그를 해하는 게 오히려 손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버그달의 부모는 1일 미국 아이다호주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독일 미군기지 병원에서 있는 버그달의 귀환에 감사를 표하며 그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밥 버그달은 2009년 아들이 억류된 직후부터 아들과의 연대감을 위해 수염을 기르고 아프간어와 아프간 문화를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전쟁 중 사망한 탈레반에 대한 위로의 말을 전하는 등 탈레반의 마음을 얻어 아들을 풀려나게 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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