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 속 낮은 수익률이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세수 부족에 허덕이는 정부가 세제혜택을 줄이고 가입요건을 까다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2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 등 5개 주요 시중은행의 개인연금저축 판매 실적은 최근 1년새 감소했다.
지난해 5월 4천89명이 44억9천만원을 가입한 연금저축은 올해 4월 3천964명이 9억3천만원을 가입했다. 1인당 가입액은 110만원에서 23만원으로 약 5분의 1이 됐다.
연금저축은 주로 채권에 투자하면서 일부 주식으로도 운용된다. 예금보험공사가 1인당 5천만원까지 투자 원금을 보장한다.
연금저축 판매가 부진한 원인으로는 올해부터 확 줄어든 세제혜택이 꼽힌다. 정부의 세법 개정으로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400만원을 납입한다면 소득세율 24%를 적용받는 경우 96만원(400만원의 24%)을 연말정산 때 돌려받았지만, 앞으로는 48만원(400만원의 12%)만 세금에서 깎아준다.
김명준 우리은행 세무팀장은 "당장 0.1~0.2% 수익률을 더 내도 세제혜택의 차이를 메울 수 없다"며 "세제혜택 변경이 판매 부진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저소득 근로자의 돈 모으기를 지원하는 취지로 마련된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재형저축은 총 급여 5천만원 이하 근로소득자가 7년간 돈을 부으면 이자소득세를 감면하는 상품이다.
지난해 3월 출시되자마자 가입자 133만명을 끌어모은 재형저축은 5개월 뒤 168만명으로 증가세가 지지부진하더니 올해 3월 말 155만명으로 감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재형저축은 사실상 실패한 정책금융상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재형저축의 '대안' 격으로 만들어져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판매되는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도 관심을 덜 받는 모습이다.
소장펀드는 연간 최대 24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소득공제 상품이다. 총 급여 5천만원 이하 근로소득자가 가입 대상이다.
올해 3월17일 출시된 소장펀드는 약 2주일 만에 105만4천명이 141억원을 가입했지만, 지난달에는 1개월 동안 가입자 수가 107만2천명에 그쳤다.
소득공제 혜택에 견줘 10년 간 돈을 묶어둬야 한다는 부담 탓에 가입을 꺼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황재규 신한은행 세무팀장은 "10년 만기 상품에 가입하느니 1년 만기 정기예금을 10차례 가입하는 게 한국의 투자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10년 이상 유지해야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 개인연금보험(세제 비적격)의 가입자는 지난해 4월 14만8천명에서 올해 3월 14만6천명으로 다소 감소했지만 그나마 형편이 낫다. 올들어 신규가입 계좌자가 1월 11만7천개, 2월 12만3천개, 3월 14만6천개로 증가추세다.
세혜택 축소로 연금저축의 메리트가 사라지면서 개인연금에 관심을 갖는 중산층 이상 고객이 늘고 있다는게 은행 관계자들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