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안보실장 내정자가 전,현정부를 관통하며 3년 6개월간 국방장관으로 재임할 수 있었던 것은 투철한 국가관과 군인정신 때문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안보실장에 또 軍출신이냐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안보실장은 NSC 상임위원장을 겸하며 외교와 안보 분야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이다. 국방과 외교, 통일정책을 망라해 넓게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식과 식견을 겸비해야 하는 자리다.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는 과거와 비교해 거의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개성공단은 사상 처음으로 수 개월간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고 북한의 핵위협 속에 서해에서의 포격 도발과 맞대응은 긴장의 수위를 높여갔다.
외교적 고립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G2인 미국과 중국의 격돌은 점차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있고, 일본은 역사도발과 함께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군사력 팽창까지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과 일본이 일본인 납치자 전면 재조사에 합의하며 거리를 좁히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어 우리의 외교 공간은 점점 협소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막중한 시기에 외교안보의 컨트롤타워 자리는 외교와 통일문제까지 균형있게 볼 수 있는 인물에게 맡기는 게 바람직했다. 정부 부처 내에서조차 "갈수록 첨예해지는 동북아 외교안보 상황에서 장기 전략을 고민할 수 있는 인물이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내에서도 비군인 출신이 와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강경파인 김 장관을 안보실장에 내정한 것은 정부가 전략적 유연성 보다는 압박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거란의 침입때 소손녕과 벌인 서희의 담판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역사적으로 보면 강경책 보다는 전략과 유연성을 통해 국가 이익을 지킨 사례는 무수히 많다.
하버드대 교수 출신으로 미국 닉슨 행정부에 발탁돼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국장과 국무장관을 역임했던 헨리 키신저는 중국과의 수교를 성사하고, 중동평화, 북베트남 평화협정을 체결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지 않았던가.
박 대통령의 안보라인 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재준 원장의 후임자 검증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라고 한다. 안보실장 인선이 과거지사라면, 후임 국정원장 인선에 한가닥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