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5시부터 KBS가 멈췄다. 엔지니어와 기자, PD, 아나운서, 경영직 등 KBS노동조합(1노조)과 전국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새노조) 4000여 명은 청와대 외압 논란을 빚은 길환영 사장 자진 사퇴외 KBS 정상화를 요구하며 연대 총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의 여파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기자협회의 제작거부로 홀로 '뉴스9'을 진행하던 이현주 앵커마저 파업에 동참하면서 이창진 아나운서가 긴급 투입됐다.
이 외에도 이날 뉴스 진행자가 줄줄이 팀장과 부장 등 간부급 아나운서들로 교체됐고,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도 촬영 연출을 맡은 PD들도 촬영을 멈추고 파업에 동참했다.
지금으로서는 선거방송과 월드컵 방송도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힘들다는 게 분석이다. 선거방송을 준비 중인 한 관계자는 "기획안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며 "논의 결과가 언제 나올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KBS가 이 같은 상황에 내몰린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과 함께 길환영 사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총파업에 돌입하기에 앞서 144명의 국내외 언론학자, 한국방속학회 소속 232명의 방송학자들은 "길환영 사장이 자진 사퇴하고 KBS를 정상화하라"고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공영방송 KBS 보도에 대한 지적은 이전부터 있어왔던 문제"라고 진단하며 "KBS를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만들기 위해선 길 사장이 사과하고 스스로 물러나고, 방송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BS 구성원들도 총 파업 발대식에서 이 같은 사실을 강조했다.
이날 파업에 참여한 38기 대표 2인은 "선거와 브라질 월드컵은 수년간 준비한 방송이고, 지금 그것이 물거품에 처할 위기에 처했다"며 "신뢰를 찾지 않으면 모든 노력이 사상누각이다. 이번 파업은 KBS가 정치 세력에 독립해 오직 국민으로 움직이는 독립선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BS노동조합(1노조) 백용규 위원장은 "그동안 청와대가 끊임없이 KBS의 보도와 인사에 간섭하고 있다. 청와대가 KBS 사장, 보도국에 전화를 하는 등 보도에 개입한 사실을 인정했다"며 "KBS가 길환영 사장 퇴진을 위해, 정치 독립을 위해 양대 노조가 처음으로 같이 한다. 모든 KBS 사원과 연대하고 투쟁하겠다. KBS를 지키겠다"고 투쟁을 다짐했다.
그렇지만 KBS 사측은 이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간주하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타협과 관용이 없음을 명확히 선언하고, 사규위반에 따른 징계책임과 불법행위에 따른 민형사상의 책임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KBS이사회의 길 사장의 해임제청안 표결은 6월 5일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