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대우조선해양에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김모(35)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에 걸린 것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본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2003년 5월 입사해 한 달 동안 이론교육을 받고 선박 도장 작업에 투입됐다.
롤러나 브러시에 도료를 묻혀 칠하는 일 등을 담당한 김씨는 아홉 달 동안 평일에는 거의 날마다 1∼4시간씩 연장근무를 했고 한 달에 한두 번씩 휴일근무도 했다.
2003년 6월 회사에서 받은 신체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지만, 이듬해 2월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2004년 말 퇴직했다.
김씨는 도장작업 과정에서 발암물질인 벤젠 등에 노출돼 백혈병에 걸렸다며 산재를 신청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근무기간이 연수기간까지 더해도 10개월로 백혈병 잠복기(2∼5년)보다 짧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고 결정했고, 1심 법원도 같은 취지로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997년 전까지 사업장 내 벤젠 농도가 허용치보다 높은 경우가 많았고 이런 사정이 김씨가 일했던 2007년 7월까지도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김씨가 벤젠에 노출된 기간이 비교적 짧기는 하지만 이 병이 최소 아홉 달만에 발병한 사례가 있는 점, 김씨가 수시로 야근하는 등 실제로 일한 시간은 10개월 정규노동시간보다 훨씬 많은 점을 고려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