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피해가족들 "이렇게 할 수 있으면서 3일이나 끌었나"

국정조사 계획서 합의 보고받으며 울분

"이렇게 할 수 있으면서 왜 3일씩이나 끌었느냐."

국회가 밤늦게 본회의를 열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를 채택한 29일. 본회의에 몇시간 앞서 여야로부터 국정조사 관련 합의사항을 보고받은 참사 피해자 가족들은 정치권에 울분을 토했다. 가족들은 자신들이 국회의원회관 의자와 바닥에서 한뎃잠을 이틀이나 잔 뒤에야 합의안을 내놓은 여야의 정치 행태에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여야는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으로부터 '청와대 비서실 기관보고'를 받는 형식으로, 핵심 쟁점사항이던 김 실장의 국정조사 출석 문제를 매듭지었다. 그동안 김 실장의 증인채택을 국정조사 계획서에 적시하려는 야당과 이에 반대하던 여당이 절충한 결과다.


국정조사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조원진,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은 이날 오후 7시 30분쯤 이같은 내용의 합의사항을 의원회관에서 3일째 농성하던 피해자 가족들에게 설명했다. 보고가 끝난 뒤 일부 가족은 "새누리당은 이 약속을 꼭 지켜 달라"고 외쳤다.

한 피해자 가족은 여야 간사를 향해 "지금처럼 끝낼 것을 왜 3일씩 끌었는지 답답하다"며 "국회가 정말 세월호처럼 침몰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정치적으로 탁상공론하지 말자고 말했는데 이게 국회의원이 할 행동이냐"고 질타했다. 이에 다른 가족들이 "맞습니다"라며 호응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국정조사가 과연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 듯, 질문을 쏟아냈다.

한 피해자 가족은 "국정조사를 90일로 정했는데 90일이 지나서도 진상규명이 안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여야 한 쪽에서 반대할 경우 증인을 부를 수는 있느냐", "(남재준 전 국정원장,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전직기관장들의 증인 출석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등 진상규명 부실화를 우려하는 질문도 이어졌다.

조원진 의원은 "국정조사를 90일간 하고 부족하다고 하면 플러스 알파해서 (조사 기간을) 추가하도록 하겠다"면서 "참사에 대해서는 여야가 따로 없다. 진상규명을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현미 의원도 "최선을 다해 다양한 방식으로 의문을 풀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합의된 국정조사 계획서는 이날 밤 10시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26명 중 찬성 224표(기권 2표)로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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