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와 평가전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0-1로 패한 이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후반 31분 김신욱과 교체될 때까지 '홍명보호'의 최전방 공격수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3월 6일 그리스와 원정 평가전에서 13개월 만의 A매치 복귀전을 치른 박주영은 이 경기에서 경기 시작 18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비록 부상으로 전반 종료 후 교체됐지만 박주영이 보여준 득점 장면은 그동안 소속팀에서의 부진한 활약에 대한 걱정을 말끔하게 씻을 수 있는 확실한 '한 방'이었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이 소속팀에서는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몸 상태가 좋았다"면서 "오랜만에 돌아와도 경기 출전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 공백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상당히 후한 평가를 내렸다.
박주영은 그리스전 이후 83일 만에 다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이번에는 원정이 아닌 '한국 축구의 안방'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그리스전 이후 부상으로 실전 감각을 잃었다는 점에서 약 3개월 만에 치르는 첫 실전인 셈이다.
이 경기서 박주영은 원톱 공격수지만 전방에만 머물지 않고 중앙선까지 깊숙하게 내려오는 폭넓은 활동 범위를 자랑했다. 특히 자신의 아래에 선 구자철(마인츠), 오른쪽 측면의 이청용(볼턴)과 활발하게 자리를 바꿔가며 상대 수비를 괴롭혔다.
특히 체격 조건이 우위인 튀니지 수비수와 적극적인 몸싸움을 하는 대신 뒷공간을 파고드는 방법을 선택했다. 침착하게 상대 수비의 빈틈을 노려 동료에게 패스하는 모습도 그동안의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여유였다.
하지만 정작 최전방에 자리한 공격수로서 제 역할을 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공 점유율은 높았지만 박주영까지 정확하게 전달되는 패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박주영의 많은 활동량도 자신에게 공이 오지 못하기 때문에 직접 미드필드 진영까지 공을 잡기 위해 내려왔다. '홍명보호'의 주전 공격수 박주영이 상대 수비에 막혀 고립되는 장면은 월드컵 본선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장면이라는 점에서 선수 본인과 홍명보 감독에게 분명한 숙제로 남았다.
현장에서 직접 경기를 지켜본 장외룡 MBC 해설위원은 "상대 중앙수비가 두터워 계속해서 측면을 활용한 공격이 주로 이뤄졌다"면서 "오늘 공격 장면에서 박주영은 찾아볼 수 없다. 박주영이 고립되다 보니 자꾸 내려오고 측면으로 돌아 나오는 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