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3호선 열차內 방화, 대형 참사 발생할 뻔

70대 남성 시너로 방화…객차 내 역무원과 시민들, 일사불란 초동 진화

(사진=28일 오전 10시 51분 발생한 서울 지하철 3호선 도곡역 전동차 내 방화 관련, 해당 전동차에 타고 있다가 불을 발견하고 진압에 나선 서울메트로 소속 권순중 대리가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28일 오전 10시 51분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지하철 3호선 도곡역에 진입하던 오금 방면 전동차 내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해당 전동차는 매봉역과 도곡역 사이에서 멈춰서야 했고, 전동차에 타고 있던 승객 37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다행히 전동차 내 의자 등 설비가 불에 타지 않는 재질인데다, 전동차 내에 타고 있던 역무원 및 승객들의 초동 대처가 잘 이뤄져 화재가 10분여 만에 진화됐다.

특히 서울메트로 역무원 권 모(47) 씨가 마침 사고 직전 매봉역에서 업무상 출장을 위해 해당 전동차에 탑승, 객차 내에서 화재를 목격하고 즉각 대처에 나선 게 주효했다.

권 씨는 "도곡역에 진입할 때 쯤 4-2번 승강장에서 하차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불이야'라는 승객들의 외침에 돌아보니 4-1번 승강장 쪽 객차 바닥에 불에 타고 있는 가방 2개가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곧장 객차 내에 있던 소화기 5개를 이용해 승객들과 함께 화재를 진압했고, 승객들은 119에 신고하고 비상벨을 눌렀다"고 전했다.


28일 오전 10시 51분께 서울 강남구 도곡동 지하철 3호선 도곡역 전동차 객실 내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오전 11시경 역사 직원들에 의해 진화됐다. 이날 화재로 생긴 연기로 통제된 하행선 선로가 텅 비어 있다. 무정차 통과는 12시 20분께 해제됐다. (박종민 기자)
서울메트로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전동차의 기관사는 비상벨을 듣자마자 상부에 보고한 뒤 해당 전동차 및 후행 열차 등을 정지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대피 유도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에 따라 전동차 객차 중 앞쪽 다섯 칸만 도곡역 승강장에 진입했고 뒤쪽 네 칸은 승강장에 진입하지 못했고, 앞쪽에 타고 있던 승객 270여 명은 승강장으로 하차했으나 뒤쪽에 타고 있던 승객 100여 명은 선로를 따라 매봉역으로 되돌아가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A(62.여) 씨가 선로를 따라 걷던 중 발목을 삐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 밖에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화재는 조 모(71) 씨가 인화물질을 넣은 배낭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발생했다.

28일 오전 10시 51분께 서울 강남구 도곡동 지하철 3호선 도곡역 전동차 객실 내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오전 11시경 역사 직원들에 의해 진화됐다. 무정차 통과는 12시 20분께 해제됐다. 이날 현장 감식반이 역사를 빠져 나가고 있다. (박종민 기자)
조 씨는 경찰에서 "15년 전 운영하던 업소의 정화조가 넘쳐 피해를 입었으며, 소송과 민원을 통해 보상을 받았지만, 턱없이 적은 금액이어서 자살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조 씨의 범행 동기 및 방화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한편 이 화재로 인해 지하철 3호선에서는 화재 발생 직후 전동차 운행이 양방향 통제됐으며, 상황이 종료된 오전 11시 10분부터 오후 12시 15분까지도 전동차는 무정차 통과 조치됐다가 오후 12시 24분부터 전동차 운행이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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