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잖은 바둑에 격한 액션을 입힌 영화 '신의 한수'가 28일 서울 을지로에 있는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신의 한수는 범죄로 얼룩진 내기바둑판에 사활을 걸고 뛰어든 바둑기사들의 피말리는 승부를 그린 액션 영화다.
프로 바둑기사 태석(정우성)은 내기바둑판에 나섰다가 사기 바둑꾼 살수(이범수)의 음모에 휘말려 형을 잃고 살인 누명까지 쓴 채 교도소에 들어간다.
몇 년 뒤 출소한 태석은 장님인데도 한 수 한 수 신중한 손길로 바둑을 두는 주님(안성기), 바둑판에서도 한판 놀 줄 아는 꽁수(김인권), 사기 바둑꾼으로 산 과거를 숨긴 채 목수로 살아가는 허목수(안길강) 등 전국의 내로라하는 바둑꾼들을 모은다.
그렇게 태석이 꾸린 팀은 처절한 복수를 위해 살수와 그 무리인 전직 프로바둑기사 홍일점 배꼽(이시영), 승부조작 브로커 선수(최진혁)와의 한판 대결을 준비한다.
이날 제작보고회에서 정우성은 "전작 '비트' 이후 제대로 된 액션을 하고 싶은 생각에 선택한 영화로 액션 노하우를 지금 더 많이 알고 있기에 육체적인 피로도는 비트 때보다 덜햇다"며 "그때는 패기와 덤비려는 의지가 컸지만, 이번에는 더욱 힘있고 정갈한 액션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이어 "바둑을 잘은 모르지만 함부로 얘기할 수 없는 인생 철학이 담겨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바둑을 배워볼까 생각도 했지만 긴 시간을 투자해야 했기에 촬영 전 바둑 애호가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바둑돌을 놓는 착수를 열심히 배웠다"고 덧붙였다.
액션 영화인 만큼 신의 한수에는 관객의 눈길을 잡아끄는 격한 액션신들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우성은 "액션신을 찍으면서 몸을 사리지 않으려 했는데 마음과 다르게 정말 정말 힘들었다"며 "요새 나오는 액션 영화의 특징인 빠른 액션보다는 육체와 육체의 충돌이 주는 강렬함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범수는 "100미터 달리기를 하면서 연기하는 기분이었는데, 각오는 했었지만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연기를 진행해야 했기에 힘들더라"며 "저는 힘든데 제 역할인 살수는 여유 있게 보여져야 하니 애먹기도 했지만 배우들 호흡과 상황이 좋아서 재밌게 임했다"고 했다.
막내 최진혁은 "정우성 선배님과 액션신을 찍으면서 실제로 때려야 할 때도 있고 해서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며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는데 촬영 때는 몸이 힘든 건 몰랐고 끝나고 나면 앓고는 했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연기 변신도 볼거리다. 배우인생 57년 만에 첫 맹인 연기, 그것도 바둑기사에 도전한 안성기가 그 선봉에 있다.
안성기는 "제 역할이 술을 좋아해서 주님인데 처음 섭외 받았을 때 고민 없이 '처음 하는 연기니 한 번 해보자'는 도전 의식이 컸고 좋은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오랜만에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며 "평소 잘은 못 두지만 바둑을 좋아하는데, 현장에서도 안길강 씨와 종종 두고는 했다. 사색하고 모색하는 시간을 갖는 바둑이 굉장히 빠른 템포의 액션과 만난 점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팜므파탈로 분해 색다른 연기를 선보이는 이시영과 극중 웃음을 책임짐으로써 활력을 불어넣은 김인권도 눈길을 끈다.
이시영은 "표정과대사 연습을 많이 했는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왼손잡이인 제가 오른손으로 바둑을 둬야 했던 것으로 더디게 배웠던 것 같다"며 "배꼽 역은 촉망받는 프로바둑기사에서 가족을 살리기 위해 살수 패거리에 들어가는 인물로 '타짜'에서 김혜수 선배님이 연기하신 정마담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전했다.
김인권은 "격렬한 현장에서 선배님들 믿고 까불었다"며 "강렬한 인물들이 넘쳐나는 곳에서 윤활유 역할을 했는데, 캐릭터 열전 속에서 사이 사이 웃음을 드릴 수 있을 거라 자신한다"고 했다.
신의 한수를 연출한 조범구 감독은 "초여름 외화 홍수 속에서 유일하게 맞대결을 펼치는 한국 영화가 신의 한수"라며 "전작 '퀵'(2011) 이후 새로운 볼거리를 찾고 있었고, 정신 영역의 바둑과 액션이라는 정동이 조화를 이룬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탄생한 짜릿하고 빠른 오락 영화"라고 소개했다.
영화 신의 한수는 7월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