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긴장 고조…美자국민 철수·수륙양용공격함 파견

신임 총리 자택 공격받아…이슬람계 무장단체 '미국 응징' 경고

리비아에서 정부 지지 이슬람계 무장단체와 비(非) 이슬람계 반군 간의 충돌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리비아 내 자국민에게 즉시 출국하라고 지시하고 수륙양용 공격함을 배치하는 등 사태 악화에 대비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27일 발령한 여행경보에서 "리비아에 있는 미국 국민은 극도로 주의를 기울이고 즉시 떠나야 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현재 리비아의 치안 상황이 불안정하고 예측불가능하다"며 "외국인, 특히 미국인은 미국 정부나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로 여겨져 납치나 폭력, 살해 등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이같이 지시했다.

미국은 이날 앞서 자국민이 대피할 경우에 대비해 해병대원 1천명과 헬기 등을 실은 수륙양용 공격함 USS 바탄 호를 리비아 인근 해역으로 파견하기로 했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전했다.

미국은 가장 최근 리비아 관련 여행경보를 발령한 지난해 12월에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여행을 자제하고 수도 트리폴리를 벗어나지 말라고 권고했다.

미국은 수도 트리폴리에 대사관을 두고 있으나 벵가지에 있던 영사관은 2012년 피습 사건 이후 폐쇄했다.

미국 정부의 자국민 철수 결정은 리비아에서 정부를 지지하는 이슬람계 무장단체와 이에 반대하는 '국민군' 등 비이슬람계 반군의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앞서 27일 오전 3시께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아흐메드 마티크 신임 총리 자택을 신원을 알 수 없는 무장 괴한들이 수류탄과 로켓포 등으로 공격, 경호관 1명과 괴한 1명 등 최소 2명이 숨졌다. 당시 집안에 있던 총리와 가족은 무사히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슬람계 무장단체 '안사르 알샤리아'는 미국이 비이슬람계 국민군을 이끄는 퇴역 장성 칼리파 하프타르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2012년 벵가지 미국 영사관 습격 주도 세력으로 지목돼 미국에서 테러 단체로 규정돼있다.

이 단체 지도자 무함마드 자하위는 이날 TV 기자회견에서 하프타르를 '또다른 카다피'이자 '미국의 하수인'이라고 비난하면서 "미국이 간섭을 계속한다면 아프가니스탄이나 소말리아에서보다 더한 치욕적 패배를 안기겠다"고 경고했다.

하프타르의 국민군은 이슬람계 정파가 주류인 최고정치기구 제헌의회(GNC)가 테러세력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지난 18일 트리폴리의 의사당을 공격하는 등 '테러단체와의 싸움'을 선언했다.

제헌의회는 그러나 25일 이슬람계 지지를 바탕으로 마티크 신임 총리가 이끄는 새 정부 구성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국민군은 의회 소집시 공격하겠다고 밝히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2011년 민주화 시위로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 정권이 무너진 뒤 과도정부가 들어섰으나 이슬람·비이슬람 정파간 대립과 각 지역 무장단체 난립으로 정정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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