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아프간 종전後에도 미군 9천800명 남기기로

2016년말엔 대부분 철수…아프간 안보협정 서명 전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올해 말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공식 종료한 이후에도 현지에 9천800명의 미군 병력을 잔류시키기로 했다.

이들 병력은 미군 주력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군이 올해 말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면 현지에서 테러 방지와 아프간 안보군 훈련 임무를 맡는다.

병력 규모는 내년 말까지 다시 그 절반으로 줄고 오바마 대통령의 2기 임기가 끝나가는 2016년 말에는 대사관 경비 병력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철수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발표했다.

그는 "많은 미국민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아프가니스탄에 있었다. 이제 우리(미국 정부)가 시작한 일을 끝내려 한다"며 "전쟁을 시작하는 것보다 끝내는 게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투 작전은 올해 말로 마무리돼 내년부터는 미군이 아프간 도시와 마을 등을 순찰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요한 것은 지난 10년 이상 지나치게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집중됐던 외교 정책의 한 페이지를 넘길 때라는 점"이라며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는 아프간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미군 3만2천명을 포함한 나토군 5만여명이 주둔해 있으나 올해 말까지 대부분 철수하고 내년 초에는 1만명 미만이 남게 된다.


따라서 미국이 2001년 9·11테러를 감행한 오사마 빈 라덴 등 알카에다 지도부를 타격하고 탈레반 아프간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같은 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지 13년 만인 올해 말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을 중단하고 15년이 되는 2016년 완전히 발을 빼게 되는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계획은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간 안보협정(BSA) 체결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이나 아프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 진출한 압둘라 압둘라 전 외무장관과 아슈라프 가니 전 재무장관 가운데 한 명이 당선되고 나서 협정에 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민간인에 대한 미군 공격 중단 등을 주장하며 서명을 거부하고 있으나 두 대선 결선 후보는 당선되면 즉각 협정에 서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 전에 카르자이 대통령과 통화했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등 유럽 정상들과도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메모리얼 데이를 앞두고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미군 공군기지를 전격 방문한 직후인 이날 내놓은 철군 계획은 미군 수뇌부의 뜻과 대체로 일치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가 2017년 1월 퇴임하기 전에 미국 전쟁사의 한 장(章)을 접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3년간 이어진 아프간 전쟁으로 미군 2천181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이 부상했다.

한편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침을 비판했다.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는 게 아니라 전쟁에서 패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워드 벅 매키언(캘리포니아) 하원 군사위원장은 현지에 잔류시킬 병력 규모에는 찬성하면서도 향후 철군 일정 등을 너무 세세하게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를 혼란에 빠지게 내버려뒀다. 이번 임무를 '모래시계'(egg-timer)에 인위적으로 맞춰두는 것은 전략적 감각이 떨어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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