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강경 진압을 미뤘던 정부군이 대선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진압 작전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군은 우선 동부 지역 분리주의 운동의 거점 도시인 도네츠크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군의 강경 진압으로 26~27일 동안에 도네츠크 지역에서 많게는 200명의 민병대원과 주민이 숨졌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정부군, 분리주의 민병대에 최후통첩 =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27일(현지시간) 분리주의 민병대에 최후통첩을 발표했다. 정부군 공보관 블라디슬라프 셀레즈네프는 "항복하든지 아니면 정밀 무기에 의해 제거될 것이라고 민병대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민병대는 그러나 정부군의 항복 권유를 거부하고 계속 저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병대 측에 따르면 정부군은 현재 도네츠크로 이어지는 출입로를 전면 차단했다. 이 때문에 자동차는 물론 일반 버스도 출입하지 못하고 있다. 시내 상점과 은행, 카페 등은 일찍 문을 닫고 철시했다. 대중교통도 제대로 운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정부군의 본격적 도시 공격에 대비해 식료품과 식수 등을 사재기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도네츠크 민병대 지도자 세르게이 치플라코프는 정부군이 하루 전부터 시작된 공항 탈환 작전에 이어 도시 진입 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날 도네츠크 국제공항에서는 정부군이 민병대가 점거한 공항 청사를 탈환하는 작전을 벌이면서 양측이 치열하게 교전했다.
정부군은 공수부대와 무장헬기, 전투기를 동원하고 도시 주요 도로를 봉쇄했다. 정부군과 민병대 간 교전으로 곳곳에서 검은 연기와 총성이 이어지는 등 현지 상황은 전쟁을 방불케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알렉산드르 루키얀첸코 도네츠크 시장은 공항 교전에서만 4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도 "정확한 수를 알 수는 없지만 공항 교전에서 민병대 수십명이 숨졌으며 우리 측 피해는 없다"고 주장했다.
아바코프는 교전 끝에 정부군이 공항을 장악해 통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항 교전에 이어 도네츠크 기차역과 도시 외곽 등에서도 교전이 벌어져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에도 정부군과 민병대의 교전은 이어졌다.
도네츠크 분리주의 세력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공보실은 26~27일 양일간에 벌어진 정부군 작전으로 민간인을 포함해 약 200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은 부상자 치료를 위해 다급히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모집에 나섰다.
도네츠크주의 광부들은 정부군의 대테러작전 중단과 군대 철수를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 푸틴 "징벌적 작전 중단" 요구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마테오 레친 이탈리아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면서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서 정부군이 징벌적 작전을 즉각 중단해야 하며 중앙정부와 지역 대표들 간 평화적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비무장 주민을 대상으로한 군대 이용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대테러작전을 그만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중앙정부는 무기를 내려놓고 투항하는 분리주의자들은 용서하겠지만 손에 무기를 든 테러리스트들은 끝까지 제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인사는 이날 연합뉴스에 "지금까진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대테러작전을 조심스럽게 추진했지만 이젠 합법적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선출된 만큼 작전에 속도를 낼 것"이라면서 "앞으로 진압작전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중앙선관위는 하루 전 개표율 95%를 넘긴 시점에서 54%의 득표율을 보인 페트로 포로셴코 후보가 사실상 당선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분리주의자들도 정부군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는 태세여서 동부 지역의 긴장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