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선거 反EU정당 세력 확대…극우에 신나치도

메르켈 "극우정당 약진 유감…경제로 포퓰리즘 정당 넘어야"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와 영국의 반(反)유럽연합(EU) 정당이 약진하면서 유럽에 충격파를 주고 있다.

반 EU, 반이민을 내세우는 정당들이 기성 정치 세력을 위협하면서 각국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극우정당의 세력 확대를 우려하면서 EU 회원국 정부가 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영국 반 EU 정당 약진

유럽의회는 이번 선거에서 반 EU 정당이 유럽의회 전체 751석 가운데 18.6%에 해당하는 140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선거 개표 결과 가장 주목할 만한 국가는 프랑스와 영국이다.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반 EU 정당이 나란히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에서는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1위를 기록하면서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국민전선은 25%의 득표율로 프랑스에 할당된 유럽의회 의석 74석 가운데 ⅓에 해당하는 24석을 확보했다.

우파 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은 21%로 2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속한 집권 사회당(PS)은 14%로 3위를 기록했다.

르펜은 승리가 확실해지자 "대중의 목소리는 크고 분명하다"며 "프랑스 국민은 더는 우리 국경 밖에서 비선출직 EU 집행위원과 관료들이 내린 결정에 따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국에서도 극우성향의 영국독립당(UKIP)이 영국 정치사에서 100년 넘게 유지돼온 보수·노동 양당체제의 벽을 허무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아직 총선에서 단 한 명의 의원도 배출하지 못한 군소정당인 독립당은 이번 선거에서 28%를 득표하면서 정상에 올랐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25%,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은 24%에 머물렀다.

영국의 전국단위 선거에서 보수당과 노동당이 아닌 제3의 정당이 1위에 오른 것은 자유당이 승리한 1906년 총선 이후 108년 만이다.

구제금융을 받는 그리스에서는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제1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27%를 얻어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가 이끄는 신민주당(23%)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유럽에서 경제 상황이 나은 독일과 마테오 렌치 총리의 인기가 높은 이탈리아에서는 집권당이 승리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보수 성향의 독일 기독교민주당(CDU·기민당)과 기독교사회당(CSU·기사당) 연합은 36%를 득표하면서 승리했다.

기민-기사당과 연정을 운영하는 사회민주당(SPD)도 27%를 얻었다.

그러나 EU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서도 유로화 통용을 반대해온 신생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7%의 비교적 높은 득표율로 유럽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또 네오나치 성향의 극우 민족민주당(NPD)이 1.0%를 득표해 1석을 차지하면서 역시 유럽의회에 발을 디뎠다.


이탈리아에서는 마테오 렌치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민주당(PD)이 41%를 얻어 반 EU를 주장하는 오성운동(21%, M5S)을 압도했다.

◇메르켈 "EU 회원국 경제 성장, 일자리에 집중해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선거 이튿날인 26일 기자회견에서 "극우파와 포퓰리즘 정당이 좋은 성적을 낸 것은 놀랍고 유감스럽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메르켈 총리는 "문제는 어떻게 실망한 유권자들의 마음을 다시 얻느냐"라면서 "프랑스 등은 경쟁력과 경제 성장, 일자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 결과가 유럽의회 운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메르켈 총리는 예상했다.

일부 국가에서 극우정당이나 반 EU 정당이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유럽의회 내 1,2위 정치 그룹은 여전히 중도우파와 중도좌파이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유권자들은 EU 조약을 변경하는 것보다는 유럽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더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주민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26일 마뉘엘 발스 총리를 비롯해 장관들을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에 긴급 소집해 대책 마련 회의를 열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선거 패배와 관련해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대신 발스 총리가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승리를 "충격이고 지진"이라고 표현하면서 "EU가 경제성장과 일자리 지원 쪽으로 다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발스 총리는 또 많은 세금이 이번 선거 패배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세금을 좀 더 내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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