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준생 생활만 4년째인 장모(28·여) 씨. 공무원, 은행원, 대기업 등에 다니는 소위 '취업 잘한' 친구들을 볼 때마다 위축되기 짝이 없다. 공기업 취직을 목표로 하는 그녀는 몇 년째 낙방 소식만 접하다보니 기술직을 배워볼까 시집이나 갈까 등 온갖 생각이 다 든다. 그러던 중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발견한 한 의류업체 매장관리 매니저 채용 공고. 정직원이 보장되는 수습이라는 말에 솔깃해 전화를 걸어 면접을 봤다. 드디어 취업에 성공한 장 씨. 얼떨떨했지만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선물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근무 일주일 째, 정확한 업무는 주어지지 않고 연봉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아 상사에게 질문을 했다. 돌아온 대답은 업무파악 능력이 없으니 관련 세미나와 학원을 다니며 실력을 쌓아라고 한다. 학원 수강비로 수백만 원을 내라는 회사. 연봉에 대한 질문에는 여전히 묵묵부답이고 업무 성공시 수당 금액만 알려준다.
#. 2013년 다니던 회사가 부도 난 김모(54) 씨는 하루아침에 일자리가 없어졌다. 은퇴 후 다른 직장을 찾아 봉급생활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에게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 못지않게 힘들다. 난관의 연속이었던 그때 그의 눈에 지하철 출입문 틀에 낀 작은 명함 광고가 보였다. '월 300 이상 보장' '내 일처럼 도와주실 분 환영' 등 현재 직장인들도 당장 이직하고 싶은 마음이 들만큼 좋은 조건의 광고들이었다. 김 씨는 광고에 적혀 있는 연락처에 전화를 했다. 하지만 김 씨의 주민번호, 통장번호, 이력, 인간관계 등 개인정보에만 관심 있는 회사들. 전화를 걸었던 곳 중 세 곳은 면접장소가 동일하기까지 했다. 이것저것 의심하는 듯한 김 씨의 질문에 회사들은 이력서를 들고 우선 방문하라는 말만 연신 되풀이했다.
경기악화로 인해 몇 년째 극심한 취업난을 겪는 취준생들은 피가 마른다. 명절만 되면 가족들의 취업 관련 질문세례에 자리를 뜨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또한 정년퇴직도 힘든 사회적 분위기가 지속되며 중장년층의 재취업사례도 증가해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로 통하고 있다.
이렇게 취업이 절실한 취준생들의 절박한 심리를 악용한 '허위 채용 공고'가 증가하며 취준생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허위 채용 공고를 구별할 수 있는 방안들은 어떤 것 들이 있을까.
■ 업체에 대한 사전 정보 조회 필수
요즘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각종 사기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인터넷을 통한 취업사기를 구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선 채용공고가 자주 올라오는 회사나 장 씨와 같이 정확한 업무가 주어지지 않고 보수도 명확하지 않은 경우, 성공보수만 약속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또한 취업을 담보로 각종 학원 수강 및 행사참석, 보증금을 요구하는 것도 의심의 대상 중 하나다. 업체명과 연락처 및 위치도 정확히 명시되지 않은 것도 의심해 볼 사항이다.
인터넷 이용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들은 지하철이나 전봇대에 붙은 구인 전단지를 조심해야 한다. 특히 '학력·나이제한 없음' '고수입 보장' 등의 문구로 '신의 직장'처럼 보이는 경우 대부분이 사기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대기업과 유사한 업체명을 쓰거나 회사로의 방문을 유도하고 높은 임금과 좋은 근로조건만 강조하는 곳은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 취업사기 의심 들땐 전문기관에 의뢰하라
원하는 업무나 자신 있는 일이 제시된 채용공고도 무작정 지원부터 해서는 안 된다. 마음에 드는 채용공고가 있다면 그 회사의 매출액, 직원수, 회사 규모 등 가급적 상세한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 실수를 줄이는 길이다. 그리고 입사 전 개인정보부터 요구하면 100%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벼룩시장구인구직 이동주 본부장은 "취업이 절실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이 앞서 자칫 취업 사기를 당할 수 있으니 항상 주의해야 한다"며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및 중장년층은 채용공고를 꼼꼼히 체크하고 지원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거나 피해를 입었다면 혼자 해결하기 보다는 가족이나 전문기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