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특히 그랬었고, 이명박 정권에서도 과다 변호사 수임료 문제에 대해선 엄정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새누리당이 한나라당 시절인 2011년 1월 초 정동기 전 감사원장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서다.
당시 한나라당은(새누리당 전신)은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의 변호사 수임료가 너무 많아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정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2011년 1월 1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주말 여론수렴을 해본 결과 정 내정자가 적격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최고위원 전원의 의견을 수렴한 뒤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고, 이 정부와 대통령을 위하는 것"이라며 정동기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한나라당 측은 정동기 후보자에 대한 불가 판정을 정진석 정무수석(현 새누리당 충남도지사 후보)에게 전했다.
당시에 홍준표(현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후보) 최고위원과, 서병수 최고위원(현 새누리당 부산시장 후보), 정두언 의원은 당이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사퇴를 요구하는 개인 성명을 내겠다고 까지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최고위원은 "청문회를 거쳐 임명동의안 표결까지 가더라도 당내에서 반란표가 나와 부결될 수 있다"며 "오히려 그 상황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더 큰 장애물이 되는 만큼 지금 빨리 당의 입장을 정리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원희룡 사무총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사전에 이렇게까지 결론 낼 줄은 몰랐고 지도부 전원은 당이 선제적으로 나서는 게 좋다는 판단을 했다"고 가세했다.
안상수 대표와 이들 최고위원들은 김무성 원내대표가 베이징을 방문하는 동안 한 통속이 되어 정동기 후보자의 사퇴를 밀어붙였다.
청와대가 당의 정동기 사퇴론, 강경론에 굴복했고, 이러한 뜻을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게 전달했다.
최소한 청문회에서 해명할 기회를 갖겠다며 버티던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는 12일 결국 자진 사퇴했다.
정 후보자는 12일 오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별관에서 발표한 사퇴 성명서를 통해 "저는 오늘 감사원장 후보자 지위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저는 평생 소신에 따라 정직하게 살아오면서 인연에 얽매이지 않고 주어진 직분에 충실했고, 남에게 의심받거나 비판받을 일을 일절 삼가며 철저히 자기관리를 하고 살아왔다고 자부한다"면서 "검소한 자세로 저축하며 살아왔고, 현재 살고 있는 집 이외에는 평생 땅 한 평 소유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의 경력과 재산 문제뿐만 아니라 개인의 모든 사생활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악의적으로 왜곡되고 철저하게 유린돼왔다"면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는 야당(당시 민주당)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여당인 한나라당 지도부가 청문회 출석마저 차단한데 대해 억울하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를 아는 한 야당 인사는 "정동기 후보자는 법조계의 관례대로 좀 과다한 변호사비를 받았을 뿐이지 인품과 성실성 등에 있어서 그를 따를 자가 별로 없으며, 참 청렴한 검사였다"고 말했다.
정동기 후보자는 2007년 11월 대검찰청 차장에서 퇴임한 뒤 6일 만에 로펌에 취직하여 7개월 동안 7억 7천만 원을 급료로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여당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다.
한 달에 1억 1천만 원을 번 셈이며 42%의 세금을 납부했다.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는 5개월 동안에 16억 원을 변호사 수임료로 받았다.
월 평균 3억 2천만 원, 하루 평균 1천만 원이 넘는 금액을 벌어들인 셈이다.
'전관예우'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결코 벌어들일 수 없는 거액의 변호사 수임료다.
새누리당 모 의원에게 안대희 후보자의 변호사 수임료가 너무 고액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말할 수 없다"며 "제발 그런 질문만은 말아 달라"고 말한다.
또 다른 의원에게 물었다. 그도 역시 "난 못 들은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전반적인 기류는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변호사 수임료가 너무 과다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체 하는 분위기다.
한 의원은 "16억은 국민 정서에 비춰 봐도 납득이 안 되는 액수임엔 틀림없으나 세금을 납부하고 소득의 3분의 1을 기부했지 않느냐"고 변호했다.
그렇지만 새누리당의 한 단체장 후보는 "전관예우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된다"며 "안 후보자가 어떤 결정을 하든 흠집이 난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동기 후보자의 사퇴를 밀어붙인 안상수 창원시장 후보와 홍준표 경남지사 후보,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도 말이 없다. 할 말이 없다고 한다.
새누리당 의원 대다수는 입은 있으나 말이 없다.
안대희 후보자가 26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1년 사이에 늘어난 11억 원 전부를 사회에 기부하겠으며 다 던지겠다"는 성명을 발표하자 새누리당은 안 후보자의 '결단'이라며 이 정도면 넘어갈 수 있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안대희 후보자의 고액 수임료 문제로 전전긍긍하다가 사회 환원 발언을 계기로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럴지라도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16억 고액 수임료의 본질은 대법관과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역임한데 따른 '전관예우' 문제라는 것이다.
나승철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도 "11억 원 사회 환원은 존중돼야 하지만 고위공직에 계셨던 분이 그 경력을 이용을 해서 어떤 사익을 추구를 하셨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을 한다"며 "사회 환원으로 전관예우 논란이 잠재워지거나 그리고 그런 어떤 문제에 대한 비판이 희석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동기 후보자를 자진 사퇴시킨 새누리당이 안대희 총리 후보자에겐 어떤 대응을, 어떤 잣대를 들이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