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시간이었지만 MBC앞에는 조 씨처럼 출근 전 투표하기 위한 직장인의 수가 제법 많았고 조 씨 역시 줄을 서서 기다린 뒤 귀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조씨는 “평소 ‘무한도전’을 즐겨보고 있어 직접 투표에 참여하고자 하는 마음에 눈 뜨자마자 여의도로 향했다”라며 “‘무한도전’의 세대교체를 바라는 마음으로 ‘누렁니’(방송에서 정형돈을 지칭하는 별명)를 뽑았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주부 조경은(35)씨 역시 아침에 눈을 뜬 뒤 포털사이트 뉴스를 통해 ‘무한도전’ 본투표일인 걸 확인하고 MBC홈페이지에 개설된 온라인투표에 참여했다. 조씨 역시 “‘무한도전’을 즐겨보는 시청자로서 적극 참여하고 싶었다”라고 투표 이유를 밝혔다.
MBC ‘무한도전’의 ‘선택2014’ 특집이 대중에게 미친 영향은 예상보다 컸다. 당초 이번 특집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올해부터 달라진 선거법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문 하에 기획된 것.
제작진은 이번 선거부터 처음으로 도입된 사전투표제도를 도입, 지난 17일과 18일 전국 10개 도시 11개 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실시한데 이어 22일에는 본투표를 실시했다. 본투표는 서울 2개 투표소에서 오프라인 투표를, MBC홈페이지에서 온라인 투표가 가능하게 했다.
실제 투표소에는 친구와 삼삼오오 몰려온 대학생, ‘무한도전’을 즐겨보는 젊은 직장인을 비롯, 자녀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과 외국인까지 각양각색의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박원순 새정치 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도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를 마친 이들은 포스터 앞에서 인증샷을 촬영한 뒤 SNS에 공개하며 여운을 즐겼다. 시민들은 ‘무한도전’의 이번 대국민 이벤트를 마치 하나의 축제처럼 생각하며 즐기는 양상이었다.
▶박명수는 이정희, 정준하는 강기갑...날카로운 풍자와 해학도 한 몫
단순히 시청자를 대상으로 투표이벤트만 벌였다면 시청자 참여로 가수를 뽑는 Mnet ‘슈퍼스타K’와 별반 차이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무한도전’의 화제성에는 지난 17일 후보 토론회를 통해 현실정치를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풍자한 점도 한 몫 했다.
당시 방송에서 “유재석을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박명수는 지난 대선 당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를 연상케 했고 “강력한 시청률재난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정형돈의 발언은 이번 세월호 사고 당시 청와대 대응을 떠올리게 한다.
선거운동을 위해 한복을 입고 나온 정준하는 강기갑 전 국회의원을 패러디한 것. ‘무한도전’의 한 관계자는 “실제 정치인 패러디에 대한 제작진의 요청에 멤버들이 온몸으로 화답했다”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처럼 가상의 패러디를 통해 통쾌한 웃음을 안겼다면 현실의 ‘무한도전’은 진지하고 절박했다. 유재석은 방송을 통해 "물론 시청률이 떨어지면 위기다. 그런데 진짜 위기는 우리가 위기인지 모르는 것이다. 또한 위기인 것을 알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진짜 위기다"라면서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시청률이 돼서는 안 된다. 우리의 목표는 웃음이 돼야 한다"고 말하며 멤버들의 쇄신을 다짐했다.
늘어나는 예능시간에 밀도가 떨어진다며 '화장실 출입 제한, 간식제한' 등을 내건 유재석의 공약은 '무한도전'만의 고민을 웃음으로 승화한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무한도전'의 절박함에 응답한 시청자들이 무려 45만명에 이른다. MBC에 따르면 이번 '무한도전'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오프라인 9만5351명, 온라인 36만3047명으로 총 45만8398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채 '출구조사 1위 유재석' 이라는 일부 어뷰징 기사에 공식 트위터를 통해 "선거법에 저촉된다"라고 경고한 것은 옥에 티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