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보다 '총' 사기 더 쉬운 나라 美國

[임미현의 미국은 지금]

지난 주말 캘리포니아 남부 아일라비스타에서 발생한 '묻지마' 총격사건 현장(CNN 방송화면 캡쳐)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는 '총'이다.

지난 주말 캘리포니아 남부 아일라비스타에서 한 대학생이 '묻지마' 총격을 가해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데 이어 바로 그 다음 날 동부의 유명한 휴양지 사우스캐롤라이나 머틀비치에서 또다시 연쇄 총격 사건이 벌어졌다.

최악의 총기 참사인 버지니아공대 조승희 사건과 코네티컷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외에도 미국에서 총기 사고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툭하면 발생한다. 한국에서라면 단 한번의 총기 사고라도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되지만 미국에서는 총기 사고를 마치 교통사고 처럼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미국에서 총기 사고로 인한 희생자는 해마다 3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대통령까지도 4명이나 재임 중 총격을 당했지만 총과 관련한 이곳의 반응은 참 이상하다.

미국에서 총을 구입하는 일이 술을 사는 것보다 더 쉽다는 이야기가 있다. 술 판매는 21세 미만에게 엄격하게 금지되는 반면에 총은 주에 따라서는 나이 제한 없이 구입해 소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무고한 희생, 특히 어린 학생들이 희생된 사고에 대해서는 여론이 들끓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샌디훅 총기 난사로 26명이 숨진 직후 총기 규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했던 총기 규제 법안은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흐지부지 돼버렸다.


오히려 묻지마 총기 사고 이후 총기류 판매는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확산되기 때문이란다. 도대체 미국은 왜 그 많은 희생을 치르고도 총기 규제를 제대로 하지 못 하는걸까?

당장 눈에 보이는 이유로는 막강한 로비를 들 수 있다. 로비가 합법화된 미국에서 가장 막강한 로비 단체 가운데 하나는 미국총기협회(NRA)이다. 회원이 4백만 명이 넘고 해마다 2억 달러의 자금을 정치권에 뿌리고 있다.

그동안 추진된 총기 규제 관련 법안은 번번이 NRA의 전방위 로비에 막혀 무산됐다. 미 공화당 유력인사들은 대놓고 NRA를 지지한다고 밝히고 총기 규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민주당도 결국에는 NRA의 조직과 자금력을 의식해 소극적으로 변하고 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NRA를 이처럼 막강하게 만든 배경은 무엇일까? 그것은 미국의 역사와 미국인의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미국 역사는 총과 함께 시작됐다. 미국 개척시대와 영국과의 독립전쟁 당시 모두 총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필수 수단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인들은 여전히 총기 소유를 기본권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실제 수정헌법 2조는 미국인의 무기 보유권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강력하게 총기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헌법까지 고쳐야 하는 상황인데 아직 국민적 정서나 문화적으로 그 정도까지 나아가지 않은 것이다.

흔히 인식이 바뀌는데는 100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만큼 정서와 문화가 변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미국 국민 대다수가 엄격한 총기 규제에 찬성하기 까지는 어쩌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이 ‘묻지마’ 총기 난사로 수많은 희생이 더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에 마음이 무거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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