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이 깨어난 것은 25일로 정확히 보름만이다.
이날 이 회장의 의식회복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린 삼성서울병원은 일차적으로 성공적인 결과가 있기까지 알려지지 않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이 뒤늦게 확인됐다.
삼성 관계자는 "일반 병실로 옮기고 진정 치료를 중단한 뒤 의식 회복을 위한 자극을 줬다"면서 "이 자극에 지난 19일 이후 이미 여러 차례 깨어난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 1주일 동안 의식 회복 치료에 전력했고 이 과정에서 간헐적으로 잠깐잠깐이긴 했지만 이미 의식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의식회복 다음은 사고·인지 기능 회복
이 회장의 의식회복으로 항간의 위독설은 이제 잠재웠으나 앞으로 인지 기능이 언제나 돌아올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삼성서울병원은 “각종 자극에 대한 반응이 나날이 호전되고 있다”며 “이런 신경학적 호전 소견으로 볼 때 향후 인지 기능의 회복도 희망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낙관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이제 눈을 뜬 건 ‘의식회복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전문의들의 조심스런 견해로 미뤄볼 때 여전히 앞으로의 회복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휴일인 25일 오후 한 차례 눈을 뜬 게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 선수의 홈런 한방 때문이었다고 전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했다.
병원에서 곁을 지키던 가족들이 틀어놓은 프로야구 중계방송에서 이 선수의 홈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떠들썩해지자 이 회장이 눈을 번쩍 떴다는 것이고 결국 장남 이재용 부회장 때문에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이 부회장이 그룹 임원을 통해 대구 구장에 있던 삼성 라이온즈 구단 김인 사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 기자들에게 퍼진 것이다.
삼성은 이 회장의 위중한 병세 때문에 하루하루 노심초사했다.
그동안 위독설에서부터 한 인터넷 언론의 사망설 보도 등으로 당한 ‘내상’ 또한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같은 언론보도의 ‘오버(over)'는 이 회장의 상태에 대해 병원측으로부터 간간이 흘러나오는 ‘갈증’나는 보도자료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데 기인한 측면도 부인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핸드폰 문자나 인터넷 메일로 삼성 홍보팀을 통해 알려오기 때문에 일체의 질문도 할 수 없었다.
병원 측은 발표 문구 한 두 줄로 ‘호전’ ‘희망적’이라고 얘기하지만 ‘디테일’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거꾸로 짐작하거나 상상하는 언론이 있었던 것이다.
실제 자세한 배경 설명없이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SNS나 인터넷에서도 불신 현상과 함께 악소문이 퍼지기까지 했다.
이 회장이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면서 병상을 지키던 두 딸 이부진·이서현 사장이 다시 회사로 돌아가 경영활동에 나서고 병원에 진을 치고 있던 취재진이 줄어드는 것정도가 이회장의 ‘이상무’를 추측하게 하는 현상들이었다.
이제 이 회장이 의식을 찾기 시작함으로써 침통하기만 했던 삼성도 서서히 활기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바로 2주전 불안하고 초조한 심정으로 시작했던 한주일이었으나 이번 주는 다소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며 희망을 갖고 출발하게 될 것 같다.
이제 진정치료를 끝내고 이 회장의 의식을 깨우는 과정 속에서 마침내 사고가 완전히 회복되는 단계까지 다다를 수 있을지 또 얼마나 더 지켜봐야할 것인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