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에 '안심'까지 더해 국민신뢰 한수원으로 거듭 나겠다

[노컷이 만난 사람] '원전 마피아 오명 벗기' 소매 걷은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조석 사장이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바꾸어 다시 맨다는 '해현경장'의 정신으로 올 한해 신뢰회복과 안전원전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명진 기자 mjlee@nocutnews.co.kr

오후 2시 30분에 예정됐던 인터뷰 시간이 이틀전 갑자기 오전 9시 30분으로 바뀌었다. 우리 기술로 만들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1호기의 원자로 설치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지난 19일 아침 서울 삼성동 집무실에서 만난 조석(57)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입에선 자연스럽게 원전 수출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형 원자로의 첫 해외 데뷔무대입니다. 오후에 출국해 역사적 현장으로 갑니다. 2017년 5월까지 수도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270km 떨어진 바라카에 1호기를 완공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원전 4기를 준공합니다. 수주금액만 186억달러(약 19조원)입니다."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원포인트 순방을 전격 결정한 이유는 원전 운영 계약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포석 때문이다. 조 사장은 "한국이 UAE 원전을 건설하는 만큼 60년간 계속될 원전 운영도 맡는다면 완전대박"이라며 "원전 1기당 50억달러씩 모두 200억달러(약 20조5000억원)의 추가 수익을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게임에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이번 방문결과는 좋았다. 한국과 UAE는 원전분야 인력 진출과 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한 양해각서(MOU) 3건을 체결했다. 매년 한국 대졸자 50여명을 UAE원자력공사가 직접 채용하고, 한수원 등이 순차적으로 운영·정비인력을 1500명 규모로 파견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로써 원전 건설에 이어 인력수출과 운영에 대한 부가가치 창출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그는 "운영권 계약에 최종 사인하게 된다면 한국원전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전이라는 타이틀을 확보하는 셈"이라며 "원전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성장엔진으로 발돋움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조 사장은 "아무리 개혁과 혁신을 추구한들 안전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됩니다. 효율적으로 조직을 정비하고 인적쇄신을 계속해 원전 안전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겠다"며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개혁에 전념하고 있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자부심 회복으로 주인 의식을 갖고 혁신에 동참하는 분위기 속에 '한수원' 만의 긍정적인 문화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 모든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사람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현장에 답이 있다" 벌써 전국 발전소 세 바퀴나 돌아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경영철학 아래 일주일 또는 열흘에 한번꼴로 발전소를 찾는 조 사장. 지난해 9월 취임 후 전국 발전소를 벌써 세 바퀴나 돌았을 만큼 현장경영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거문고 줄이 느슨하면 바꾸어 매야 합니다. 기본으로 돌아가 원칙에 충실하자는 뜻을 지닌 '해현경장(解弦更張)'을 되새기며 힘든 때일수록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죠"라며 올해 신뢰회복과 개혁을 이뤄 비리 없고 안전한 '원전 원년'을 만들기 위해 힘차게 뛰고 있다.
 
조 사장은 '원전 프렌들리'의 한 방법으로 젊은 세대와 직접 교감을 나누는 대학교 강연을 시작했다. "대나무 중에서 단연 최고로 여겨지는 모죽(毛竹)을 들어보셨나요. 씨를 뿌린 후 5년 동안 자라지 않다가 5년이 지나 죽순이 돋기 시작하면 하루에 70~80cm씩 자라 30m까지 자랍니다. 일반 대나무와 달리 5년 내내 땅 속으로 깊고 멀리 뻗어 줄기를 키우는 거죠. 이러한 모죽처럼 철저한 준비 없이는 인간도 조직도 성장의 결실을 기대할 수 없어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뜻을 펼쳐나간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겁니다"며 모죽 예찬론을 전파한다.

휴대전화 속 모죽 사진을 보여주며 열띤 강연을 펼치는 까닭에 인기 만점이다.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이런 'CEO 토크 콘서트'를 통해 그는 "한수원 또한 효율성과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안전이 담보된 업무 처리에 노력해야죠. 모죽은 한수원 직원 모두가 가슴에 새겨야할 정신과도 같다"고 강조한다.

조석 사장은 "시험성적서 문제로 멈춰있던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2호기를 올해 초 조기 재가동함으로써 올 여름 전력피크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명진 기자
 
■ 학맥 중심 '그들만의 리그' 깨뜨려… 1급 간부 40%25 물갈이

한수원은 원전비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혹독한 자정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 사장은 "블랙 커넥션을 근본적으로 뿌리 뽑기 위해 구매사업단의 전문성과 기능성을 높였다"며 "경영활동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부서인 품질보증실과 감사실의 기능도 확대해 위상 강화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또 납품회사가 제시한 가격 중 최저가격만 입찰 해온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판단해 자체적으로 원가를 조사하고 공급자를 관리하는 조직을 신설했다.

1000만원짜리 부품이라면 이게 정말 1000만원짜리인지 '현미경식 검증'을 거쳐 사겠다는 의미다. 이는 공기업 최초로 실시한 혁신적 정책으로 애초에 비리가 싹틀 수 없도록 부품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자재의 적기 조달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특수 분야인 원자력의 특성상 '순혈주의'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를 없애고자 지난해부터 외부 인사를 대규모로 영입했습니다. 특히 한수원 사상 최초의 여성 고위간부를 영입함으로써 국민과 소통하고자 노력 중이죠."

조 사장은 그동안 학맥을 중심으로 엮인 그들만의 리그가 구성돼 폐쇄적인 끼리끼리 문화가 있었음을 '고백'했다. 이에 1급 간부의 40%인 13명을 교체해 비리 사슬을 끊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비리 사건의 경우 요즘 일어난 것이 아니라 모두 2000년대 초, 혹은 그 이전에 발생한 과거의 일들이 많다며 한수원이 지금도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 찍힌것이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잦은 원전 정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원전은 아주 미세한 이상에도 자동으로 멈추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고장 난 자동차가 계속 도로 위를 달리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니 주행을 중단하고 정비를 받는 것이 안전을 도모하는 최상의 길입니다. 이와 같은 개념으로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사실 국내 원전은 세계적으로도 정지 횟수가 매우 적다. 2013년 기준으로 국내 원전 호기당 정지건수는 0.3건으로 미국이나 프랑스의 0.6건에 비해 뛰어나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안전'이 핫 이슈로 떠오른 지금 노후 원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 사장은 "이미 원전 계속운전 승인 과정에서 대부분의 설비를 교체하고 안전성을 강화해왔기 때문에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안전에 '안심'을 더하는데 모든 직원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 3분 대기조 편성해 여름 전력피크 이미 대비

시험성적서 문제로 멈춰있던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2호기를 올해 초 재가동함으로써 한수원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 원전 3기의 조속한 가동 재개로 지난 겨울은 물론 앞으로 닥칠 여름 전력피크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원한 여름을 보내기 위해 '3분 대기조'도 편성했다. "청평을 비롯해 총 7곳(16기·설비용량 470만kW)의 양수발전소를 적극 활용할 것입니다. 양수발전소는 발전 명령 후 3분 만에 전력생산이 가능하므로 갑작스러운 전력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좋은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조 사장은 지난해부터 추진한 '조직·인사·문화'를 아우르는 3대 혁신의 성과도 올해 말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직원들이 반드시 지녀야 할 5대 핵심가치인 기술·존중·안전·사회적 책임·정도를 이행해 '친환경 에너지로 삶을 풍요롭게'라는 회사 미션과 '신뢰 받는 글로벌 에너지 리더, 한수원'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고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차곡차곡 탑을 쌓듯 국민들의 '신뢰' 확보를 통해 활기차고 믿음직스럽고 일 잘하는 한수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모든 직원들과 협동하겠다"며 '안전한 원전, 국민이 신뢰하는 한수원'이 되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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