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자. 노무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씨가 최근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사람들이 엄청 죽고 감옥에 갈 것이라고 (예전에) 말씀드렸는데 불행히도 그렇게 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또 “죄 없는 아이들이 그렇게 죽은 세월호 사건은 이명박근혜 정권 7년차에 일어난 사건”이라며 “충성도를 기준으로 해서 아무 능력도 없는 사람들 자리 주고 끼리끼리 뭉쳐서 자리 주고받고 돈 주고받고, 국가 안전관리 기능을 전부 무력화시킨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당연히 새누리당은 들고 일어났다.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인간의 소중한 생명까지도 정치에 이용하고 대통령 헐뜯기 소재로 이용한다”고 공격했다. 유시민 전 장관은 ‘옳은 말도 싸가지 없이 표현한다’고 자기 진영에서까지 비판받은 사람이다. 따라서 유 전 장관을 감싸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는 진작 정치 은퇴를 선언한 일반 시민이다. 현역 정치인이 아니다. 물론 그의 말은 정의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작한 팟캐스트 <정치다방>에서 한 발언이어서 완전히 비정치적이라 할 수는 없다. 논란의 소지는 있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한참이 지나도록 희생자나 실종자 가족, 국민에게 공식적인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사과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려운 내용을 찔끔찔끔 흘렸다. 그러다가 지방선거운동 개시일을 사흘 앞둔 지난 19일에야 대국민담화와 사과를 하고, 서둘러 아랍에미리트연합 방문길에 올랐다.
공식으로 사과하고 눈물을 흘렸다. 탑승자 구조에 실패한 해경의 해체, 국가안전처 신설, 관료 마피아 척결 등 충격적인 해법도 내놓았다. 그런데 그 ‘눈물’의 진정성 여부를 놓고 아직까지도 말들이 많다. 해석이 분분하다.
그러더니 아니나 다를까. 새누리당 중앙당 지도부가 지방선거 개시일인 22일 박 대통령의 ‘눈물’을 바로 자당 후보들 지지를 호소하는 데 활용했다. 이에 야당은 "아직 사고수습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유가족을 비롯한 국민의 눈물도 채 마르지 않았는데 여전히 정권유지에만 혈안이 돼 있는 새누리당의 민낯을 보여준 것"이라고 반발했다.
과연 누가 세월호 참사를 정치에 이용하고 있는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인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인가.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듯하면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몰아세우는 새누리당 아니든가. 과연 집권당의 떳떳한 자세인지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