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군부, 정파 대표 모인 회의자리서 쿠데타 감행

태국 정국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군부 주도로 소집된 회의가 쿠데타 실행 장소가 돼 버렸다.

태국 군부는 22일(현지시간) 오후 2시 친정부 시위 지도자인 짜투폰 쁘롬판 독재저항민주연합전선(UDD) 회장과 반정부 시위 지도자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를 비롯해 과도정부 장관, 상원 지도부, 집권 푸어 타이당과 야당 민주당 지도부, 선거위원회 위원 등을 모두 불러 수도 방콕의 육군회관에서 정국 타개를 위한 회의를 이틀째 열었다.

현지언론과 AP, AFP통신 등 외신이 전한 바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사뭇 엄중한 분위기에서 시작했다.


프라윳 찬-오차 육군참모총장은 회의 개막 발언에서 "해법 없이 현재 상황이 계속되는 것을 우려한다"며 "태국이 또 다른 우크라이나나 이집트가 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틀째 회의에도 참석자들의 견해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집권 푸어 타이당은 전날 프라윳 총장이 제안한 새 과도정부 구성 등 위기해소 방안을 당의 실질적 핵심인물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거부했음을 알렸다.

결국 이날 오후 4시 30분께 프라윳 총장 등 군부와 경찰 지도부는 회의실을 떠났다. 이미 수백명의 무장 군인이 육군 회관 밖에 배치된 상태였다.

곧이어 군인들이 회의실로 들이닥쳤다. 이들은 수텝 전 부총리 등 시위단체 지도자들과 몇몇 정치인을 육군 회관 옆에 있는 제1보병 연대로 데려가 구금했다.

30분 뒤인 오후 5시 프라윳 총장은 참모 4명을 대동한 채 TV에 출연해 "오늘 오후 4시30분을 기해 군이 권력을 장악한다"고 선언했다.

"정국을 신속하게 정상으로 돌리고 사회 안정과 평화를 회복하며 정치·경제·사회 구조 개혁을 위해 육군, 해군, 공군, 경찰로 구성된 평화질서유지사령부가 권력을 장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가 밝힌 쿠데타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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