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용의 쓴소리 "스트라이크존 넓혀야 산다"

'좁히란 말이야' 올 시즌 타고투저와 볼넷 남발, 경기 시간 연장 등 현상에 대해 좁은 스트라이크존이 원인이라고 지적한 한화 김응용 감독.(자료사진=한화 이글스)
프로야구 한화-넥센의 경기가 열린 22일 목동구장. 취재진의 관심은 김응용 한화 감독에 쏠렸다. 전날 판정에 항의하다 선수단을 철수시켜 퇴장을 당했기 때문이다.

한화는 20일 4회 태그 아웃 상황이 세이프 판정이 되는 오심으로 실점했고, 전날도 3루 베이스를 지나 파울 여부가 애매한 타구가 2루타가 돼 역시 실점했다. 연이틀 불만이 쌓인 김 감독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퇴장까지 당했다.

김 감독은 그러나 정작 오심보다 스트라이크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너무 좁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투수들이 던질 공이 없으니 볼넷이 나오고 몰리면 난타를 당한다"면서 "예전과 비교하면 정말 좁아졌다"고 지적했다.

올해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른바 '핸드볼 스코어' 역시 존 문제의 연장선 상이라는 것이다. 김 감독은 "오늘도 류현진(LA 다저스)이 잘 던졌지만 메이저리그의 넓은 존도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트라이크를 볼로 주니 문제고 투수들이 죽는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경기당 볼넷은 21일까지 8.03개로 2012시즌(6.95개), 지난해(7.55개)보다 크게 늘었다. 경기 시간도 평균 3시간25분(연장 포함)이다. 이대로 가면 2009년(3시간22분)의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운다.

야구계에서는 볼넷 1개에 5분이 걸린다는 말도 나온다. 기온이 오르고 투수들이 지치는 여름이면 타고투저 양상이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


'역대 31번째예요' 한화 김태균이 22일 넥센과 원정에서 통산 1400안타를 때려낸 뒤 1루에서 강석천 코치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목동=한화 이글스)
22일 역시 다소 지루한 경기가 이어졌다. 넥센 선발 밴 헤켄은 4회만 5실점했는데 볼넷 2개가 결정적이었다. 1사 2, 3루에서 김태완, 2사 만루에서 이용규에게 내준 볼넷 중에는 스트라이크존을 걸친 공도 있었다. 밴 헤켄은 판정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길어지는 수비에 집중력도 떨어졌다. 넥센 유격수 강정호는 이용규의 밀어내기 볼넷 뒤 땅볼을 뒤로 빠트리는 실책으로 2점을 더 헌납했다. 힘이 빠진 밴 헤켄은 정근우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밴 헤켄의 자책점은 1개였다.

한화 선발 클레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5-2로 앞선 4회 2사 1루에서 클레이는 윤석민에게 던진 4구째가 볼이 선언되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이후 완전히 빠지는 공으로 볼넷을 내줬다.

이날 양 팀 투수들은 볼넷 12개를 쏟아냈다. 한화가 올해 팀 최다 안타(20개),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우며 16-3 대승을 거뒀다. 점수 차도 컸지만 3시간 40분 가까이 걸린 맥 풀리는 경기였다.

21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최근 잇딴 오심에 이르면 후반기부터 비디오 판독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시간이 늘어지는 볼넷이 양산되는 부분도 검토할 필요 역시 있어 보인다.

KBO는 홈페이지에 에너지 절약 그린 스포츠 캠페인의 일환으로 '도전! 평균경기시간 3시간 이내'라는 코너를 운영 중이다. 2009년부터 6년째다. 그러나 2010년 3시간 6분이던 시간은 지난해(3시간20분)에 이어 올해도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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