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앞에 고개숙인 '꼿꼿 장수'

"안보실 재난 컨트롤타워 아냐" 발언이 경질 결정적 계기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형식은 사표 수리지만 실질적으로는 전격 경질이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오후 "박 대통령은 오늘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장수 안보실장의 사표도 수리했다"며 "후임 인사는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김 실장은 현 정부 첫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된지 1년 3개월여 만에 야인으로 돌아가게 됐다.

육사 27기인 김 실장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육군 참모총장, 국방장관을 역임하며 '장수'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군생활 내내 승승장구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7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앞에서 머리를 숙이지 않고 악수를 한 모습이 공개되면서 '꼿꼿 장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후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08년에는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권을 바꿔가며 출세를 했다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대선 당시에는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국방안보추진단장을 역임하며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국가안보실장에 임명됐다.

김 실장은 새정부 출범을 즈음해 3차 북핵실험, 개성공단 폐쇄 등 북한의 도발 위협이 고조된 상황에서 국가안보의 컨트롤타워로서 제역할을 잘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된 뒤 몇개월 동안 퇴근을 하지 않고 청와대 지하벙커에 머물며 야전침대에서 잠을 잔 일화로 유명하다.

반면, 대북 강경론자인 김 실장이 강견일변도의 대북정책을 고수하면서 현 정부들어 기대됐던 남북관계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 역시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사퇴압박 없이 안보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던 김 실장이 경질된 이유는 바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부적절한 언행 때문이다.

김 실장은 세월호 참사 직후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책임론이 불거지자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청와대(국가안보실)가 재난 컨트롤타워라는 보도는 오보"라며 "청와대는 안보·통일·정보·국방의 컨트롤타워이지 자연재해 같은 것이 났을 때의 컨트롤타워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후 국가안보실이 재난 상황에서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는 증거들이 속속 공개되면서 김 실장에 대한 사퇴압박이 거세졌고 결국 '꼿꼿 장수'는 머리를 숙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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