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교수들 "세월호 참사, 지배계급 보호 몰두 정부 탓"

19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세월호 참사에 관한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에 대해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고 공식 사과하고 해경 해체 등 관피아 척결과 공직사회 개혁방안 등을 발표했다. 윤성호기자
중앙대학교 교수들이 "(세월호 참사 원인은) 지배계급의 유지와 보호에 몰두하는 정부 때문"이라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서울대와 연세대, 가톨릭대에 이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지식인 사회에서 공공성 포기와 극심한 사욕추구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중앙대학교 교수 104명은 22일 시국선언문을 통해 "(세월호 참사는) 신자유주의 체제하에 굴복한 채 지배계급의 유지와 보호에 몰두하는 정부, 대기업과 결탁하여 사욕을 추구하기에 급급한 관료들, 그리고 돈벌이라는 목적을 위해 공공선과 공공성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내팽개친 우리 모두가 초래한 뼈아픈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강단에서 학생들을 만나며 의와 참이라는 가치를 가르쳐 온 저희 교수들도 참담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며 "사회 각계각층에 만연한 관료주의와 성과중심주의, 오로지 경쟁만을 강조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 풍조가 오늘의 대참사를 불러왔다"고 강조했다.

중앙대 교수들은 "제대로 된 반성의 역사를 거치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려온 현대사의 행보가 오늘의 사회를 만든 것"이라며 "나 하나쯤이야 하는 무사안일주의에서 벗어나 나부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 미래는 없다"고 역설했다.

사고원인을 낱낱이 파헤칠 수 있는 투명한 진상조사기구 필요성도 강조했다.

중앙대 교수들은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 투명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범국민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세월호 특별법을 통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부처 일부를 개편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시스템과 철학을 근본적으로 다시 세워나가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앞서 지난 20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공동의장 백도명 송주명 양해림 서유석 김규종)도 성명을 내고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며 "국민들의 요구와도 너무 동떨어진 동문서답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대 민주화 교수협의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소재를 밝히는 것은 물론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정원장, 안보실장, 홍보수석, 그리고 검찰총장의 자리를 쇄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들도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해경 해체는 해법이 아니다"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가볍게 여긴 정부와 관료들에 대한 진상규명이 우선되야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대 교수들 역시 성명을 통해 "이번 세월호 참사는 금권 만능주의와 무자비한 경쟁의 원리, 결과 지상주의, 연고주의와 극단적 이념대립, 파벌주의, 한탕주의, 승자 독식주의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탄식했다.

중앙대학교 교수 시국선언문 전문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은 심장이 멎었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하며 생때같은 아이들의 목숨을 깊고 어두운 바다 속에 수장시키면서, 그동안 우리가 애써 일궈온 생명과 윤리라는 소중한 가치 또한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죽어가는 아이들을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목격하면서도 속수무책이었던 기막힌 현실을 보면서 우리는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우리들이 그동안 잘못 살아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습니다. 강단에서 학생들을 만나며 의와 참이라는 가치를 가르쳐 온 저희 교수들도 참담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왜 우리는 그토록 어이없이 우리 아이들을 보내야 했을까요?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 만연한 관료주의와 성과중심주의, 오로지 경쟁만을 강조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 풍조가 오늘의 대참사를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신자유주의 체제하에 굴복한 채 지배계급의 유지와 보호에 몰두하는 정부, 대기업과 결탁하여 사욕을 추구하기에 급급한 관료들, 돈벌이라는 목적을 위해 공공선과 공공성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내팽개쳐둔 우리 모두가 초래한 뼈아픈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제대로 된 반성의 역사를 거치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려온 현대사의 행보가 오늘의 사회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현재와 미래는 우리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무사안일주의에서 벗어나 ‘나부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 미래는 없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직시하고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만 미래와 희망이라는 말을 다시 입에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슬퍼한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뼈아픈 반성과 애도의 시간을 갖지 못한다면 오늘의 참담한 역사로부터도 우리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것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구조될 것을 믿으며 서로를 격려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잊지 말아야 합니다. 물질만능과 경쟁과 보신이라는 명목 아래 잃어버린 공존과 연대의 가치를 되찾기 위해, 그리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 투명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범국민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세월호 특별법을 통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 부처 일부를 개편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시스템과 철학을 근본적으로 다시 세워나가야 할 때입니다.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며 세월호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이 비극적 사태를 낱낱이 기억하며 우리 사회가 소중히 지켜가야 할 가치와 철학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로 삼을 것을 진심으로 제안합니다.

2014. 5. 22.

중앙대학교 교수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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