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경찰은 22일 타이베이 지하철 반난(板南)선 전동차 내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전날 현장에서 체포된 21살 정모(대학교 2학년)씨가 평소 친구가 없이 은둔형 생활을 해 왔다고 밝혔다.
그의 가족은 정씨가 수업이 없을 때는 집에서 살인·격투 관련 컴퓨터 게임에 몰입해 왔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지난해 6월 현재 다니는 대학교로 전학해 생활해 왔다.
정씨는 지난달 온라인에 이번 범행을 예고하는 듯한 내용의 창작 살인 소설도 게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해당 소설이 일인칭 화법으로 전동차 내에서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가 이번 범행에서 달리는 전동차 3개 칸을 오가며 5분여 동안 불특정인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르며 승객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그는 자신이 창작한 소설에서 "세계인들을 징벌하기 위해 전동차 살인을 벌일 것"이라고 적었다.
정씨가 다니던 대학교 측도 주변인의 제보로 그를 상대로 상담활동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체포 직후 "사형 처벌을 받을 것을 알고 있다"면서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자살을 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 이 같은 방법을 선택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범죄 심리학자들은 이와 관련, 범인 정씨가 '반사회 인격'을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타이베이대학교 범죄학연구소 허우충원(侯崇文) 소장은 "사회에 대한 불만이 반사회적 인격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사회에 대한 절망이 개인의 절망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온라인 게임에 대해 과도한 몰입이 현실과 가상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짚었다.
대만 사회는 20대 초반 대학생의 반사회적 범죄에 대해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사건 직후 "이번 사건에 충격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고 밝히고, 관련 기관에 철저한 사건 배경 조사와 피해자 지원 대책 등을 지시했다.
일부 시민은 지하철 등 공공 교통시설에 금속탐지기를 설치하고 보안을 대폭 강화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범인 정씨는 전날 오후 4시30분(현지시간)께 타이베이 반난선 룽산쓰(龍山寺)와 장쯔추이(江子翠)역 구간 전동차 내에서 무차별로 흉기를 휘둘러 승객 4명을 숨지게 하고 21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그는 총연장 3.79㎞인 해당 구간이 역간 거리가 길어 다수를 살상할 수 있을 것 같아 이곳을 범행 장소로 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당초 범행 직후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고 현장 지하철 대합실을 걸어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시민에게 제압된 뒤 경찰에 인계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