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흑인사회, 오바마도서관 유치노력에 제동

"오바마도서관 아닌 트라우마센터 필요"

"노(No) 트라우마, 노 오바마."


미국 시카고대학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기념도서관 유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인근 총기폭력지대 주민들은 시카고대학 부속병원에 성인전용 중증 외상치료센터(트라우마센터) 재개원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카고 남부 주민들과 성직자, 지역사회 운동가들은 지난 19일부터 사흘째 시카고대학 부속병원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시카고대학이 총기폭력에 시달리는 지역 주민들을 외면한 채 오바마 도서관 유치에 관심을 쏟고 있다고 비난했다.

저소득층 흑인들이 밀집해 사는 시카고 남부에서는 이틀이 멀다 하고 총기사건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갱 조직원들은 물론 남녀노소 불문하고 무고한 보행자들까지 총격 위험에 노출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시카고 남부에 이들의 치료를 전담할 의료시설이 없다. 시카고대학병원은 현재 16세 이하 유소년을 위한 트라우마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나 성인전용 센터는 26년 전인 지난 1988년 문을 닫았다.

시카고 트리뷴은 "시카고에 성인을 위한 레벨1(중증) 트라우마센터가 4곳 있으나 2곳은 북부지역, 2곳은 서부지역"이라며 "남부 주민들은 사고가 나면 앰뷸런스에 실려 최소 16km 이상을 가야 한다"고 전했다.

노스웨스턴대학은 지난해 "트라우마센터로부터 8km 이상 떨어진 지역에서 총기사고 환자가 발생한 경우 생존 확률이 크게 낮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시카고대학은 오바마 대통령 도서관 건립 유력 후보지다. 오바마는 이곳에서 헌법학 강사로 일했고 부인 미셸은 시카고대학병원 부원장을 지냈다.

시카고대학은 "트라우마센터를 재개원 하려면 재정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고비용 사업인 트라우마센터 운영 책임을 대학이 단독으로 떠안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시위 참가자 베로니카 모리스-무어는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 기념 도서관 건립에 관심이 있다면 바로 곁에 살고 있는 흑인들도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사회와 공존을 추구하는 기관에 기념도서관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위대는 시카고대학이 지역사회 요구에 응하도록 설득하고 트라우마센터 필요성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금주 중 촛불집회와 버스투어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