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은 세계 139개국의 노동권 현황을 조사해 지난 19일 발표한 세계노동권리지수(GRI)에서 한국을 최하위, 5등급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ITUC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TUC 총회에서 노동권 침해와 관련된 97개 평가 항목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노동권리 보장 정도에 따른 국가별 등급을 발표했다.
한국과 함께 5등급에 속한 나라는 중국, 인도,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이집트, 그리스, 과테말라, 라오스, 말레이시아, 필리핀, 스와질란드, 터키, 잠비아, 짐바브웨 등 24개국이다
5등급은 '노동권이 지켜질 보장이 없는 나라'(No guarantee of rights)를 뜻한다. 노동법이 명시적으로 있으나 노동자들이 그 혜택은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5등급 아래로 5+등급도 있지만, 이는 소말리아, 남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시리아처럼 내전 등으로 법치주의가 아예 이뤄지지 않은 국가들이다.
노동권이 가장 잘 보장되는 1등급 국가는 덴마크, 노르웨이, 벨기에, 핀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등 18개국이다.
스위스와 러시아, 일본 등 26개국은 2등급, 영국, 대만, 호주, 캐나다 등 33개국은 3등급이다. 미국, 홍콩 등 30개국은 4등급을 받았다.
ITUC는 한국에 5등급을 부여한 이유로, 정부의 공무원 노조 설립신고 반려, 교직원 노조의 법외노조 결정, 철도파업 노조원에 대한 대량 해고 등을 적시했다.
ITUC는 지난해 6월 발표한 세계 87개국의 노조 권리 침해에 관한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노조 권리 침해 사례를 지적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전국공무원노동조합(KGEU)의 등록을 세 차례나 거부했다고 밝혔다. 또한 전국공무원노조원 137명이 해고됐으며 위원장과 사무국장 등은 불법단체를 지도한 혐의로 해고됐다고 이 보고서는 전했다.
ITUC는 이번 연구 발표에서 최소 35개국 정부가 민주적 권리나 임금 인상, 작업환경 개선, 일자리 보장 등을 요구하는 노동자를 체포하거나 수감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적어도 53개국에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단체 교섭이 부당한 제한을 받고 있으며 87개국의 노동법과 관행이 일부 직종 노동자들에게 파업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샤란 버로우 ITUC 사무총장은 "이 발표는 각국 정부와 고용주들에게 전 세계 노조가 노동권 획득을 위한 연대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경각심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ITUC는 세계 최대 노동조합 단체로 2006년 11월 국제자유노동조합연맹(ICFTU)과 세계 노동연맹(WCL)이 합병해 출범했다. 현재 155개국 1억7천500만명의 노동자가 가입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