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암살단 '사회악 제거' 명목 298명 살해"

휴먼라이츠워치 보고서 "전직 시장이 암살단 조직"

필리핀 남부 도시에서 암살단 조직이 '사회악'을 뿌리 뽑는다는 명목으로 지난 수년간 300명 가까이 살해했다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최근 71쪽짜리 보고서를 통해 필리핀 다바오 델 노르테주(州) 타굼에서 지난 2007년 1월부터 작년 3월 사이에 전직 시장이 만든 암살단에 의해 298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폭로했다.

보고서는 타굼에 있는 전직 암살단원과 목격자, 희생자 가족, 경찰관의 진술과 증언을 토대로 최소한 수십 명의 피살 기록을 자세히 공개했다.

문제의 암살단을 조직한 것으로 지목된 전 타쿰 시장 레이 위는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한편 HRW 보고서가 마약밀매업자와 불법 도박꾼이 강요와 돈을 받고 한 증언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HRW는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이 이 같은 살해 사실을 아주 외면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 대변인 에르미니오 콜로마는 아키노 대통령이 과거 정부까지 소급해, 재판절차 없이 희생당한 사람들을 올바르게 재심한다는 정부 조치를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콜로마 대변인은 검찰이 기각한 사건들에 대해서 아키노 대통령이 재차 기소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펠름 카인 HRW 아시아 부지부장은 암살 대상인 마약 용의자, 잡범, 노숙아동 등을 '잡초'라고 부른 위 전 시장이 '왜곡된 범죄 억제 방식'으로 암살단을 운용한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위 전 시장은 암살단을 떠난 단원들까지 살해 목표로 삼았다고 카인 부지부장은 밝혔다.

카인 부지부장은 "암살단의 준동으로 타굼시에선 공포의 침묵이 강요됐으며 암살자와 그들의 보스는 살인을 마음대로 저지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HRW는 보고서 공개 후 별도로 내놓은 성명에서 위가 1998년 타굼 시장으로서 첫 임기를 시작한 이래 위와 그의 측근, 경찰관이 가장 많을 땐 14명의 실행범과 공범으로 이뤄진 암살단을 고용하고 무기와 장비를 대고 금품을 건넸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성명은 아키노 대통령이 도시 부랑아를 제거하는데 불법적인 수단을 쓰도록 조장한 지방의 범죄대책을 비판하지 못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한 암살단원 출신에 따르면 살인을 할 때마다 건당 5천 페소(11만7천200원)을 실행범에게 주었으며 적어도 두 번은 위 전 시장이 직접 건넸다고 한다.

위 전 시장은 AP와 인터뷰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서 암살단의 소행이라는 살인사건이 범죄 피해자의 보복이거나 범죄조직 간 싸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HRW는 암살단의 소행 중에는 언론인과 판사, 부족 지도자, 지방 정치인과 사업가 각각 1명, 경찰관 2명의 살인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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