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CBS노컷뉴스는 수도권의 40대 30명(서울 남녀 10명·경기 남녀 10명·인천 남녀 10명)을 심층인터뷰했다. 심층인터뷰는 면대면이나 전화, 서면을 통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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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사는 40대 대부분은 세월호 참사가 정부의 미흡한 대응이 초래한 '인재(人災)라고 입을 모았다. 한 발 물러나 방관한 정치인에겐 냉소만이 쏟아졌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회사원 A(40.남)씨는 "정부가 무능하다.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부모의 입장에서 이런 나라에 사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실망을 느꼈다"고 분노했다. 정치권은 "수수방관하는 것으로 보였다며 정부를 비판할 처지도 못된다"고 꼬집었다.
영등포구에 사는 주부 B(45.여)씨는 "세월호 희생자의 부모들과 같은 연배"라고 소개하며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고 공감했다. 이어 "정부는 부모의 마음을 읽기 전에 '숫자놀음'을 했다. 그런 숫자놀이는 보고를 위한 것이지 희생자 수색을 위한 것은 아니다. 서로 책임을 전가하느라 처음부터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정부의 잘못된 초동 대처를 지적했다.
용산구에 사는 회사원 C(45.여)씨의 대답도 유사했다. "허술한 재난구조의 모습이 드러났다. 정부의 안일하고 무능력한 대처가 굉장히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 대해선 "본인들의 직접적인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물러서서 비난만하고 방관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40대는 이번 세월호 사건이 선거판세를 뒤바꿀 수도 있는 큰 사건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과반수가 조금 넘는 응답자가 자신의 표 행사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다. 이른바 '세월호 참사 심판론'이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응답자의 대부분이 자녀를 두고 있는만큼, 그들은 참사에서 느낀 슬픔을 그대로 빨아들였다. 남의 일이 아닌 '자기' 일로 생각했다.
경기도 부천시에 사는 공무원 D(41.남)씨는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에 대한 분노와 위기감이 증폭됐다"며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큰 분노와 불안을 느꼈다. 안전한 세상을 위해 투표 욕구가 상승했다"고 토로했다.
미취학 아동 자녀를 둔 회사원 E(40.여)씨는 "원래 중도 성향이고, 투표 의지가 강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민 생명 400여명이 희생되는 것을 보니 이게 내 자식일지도 모르고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 꼭 투표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E씨는 "여당이 못해서 야당을 찍는건데 야당이 좋아서 투표가 된 것처럼 비쳐질까봐 걱정"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그는 "그래도 세월호 참사 이후 투표를 반드시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공무원 F(43.여)씨는 "밤마다 엄마들이 운다. 울면서 미안해만 하는 것도 더이상 못하겠다. 이번에는 우리가 힘을 모아 변할 수 있는 모습을 선거를 통해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40대 친구들도 꼭 선거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천 연수구에 사는 회사원 G(41.남)씨는 "수도권은 정부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접전 지역에서 세월호 참사의 영향을 받은 여당 후보들이 따가운 눈총을 받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면서 "세월호 이후 과거보다 투표 참여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며 "원래부터 투표를 해왔지만, 이번에는 꼭 해야한다. 이번 선거는 '국정 심판'이라는 의미를 갖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치원생 자녀를 두고 남구에 사는 자영업자 H(40.남)씨도 "투표를 해왔지만 세월호 이후 투표장에 가야겠다고 더욱 더 확신이 섰다"고 말했다. 이유는 "정치적 무관심이 이런 불상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주위에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친구들도 데려갈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치적 냉소도 심각했다. 이 엄청난 분노를 수습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만한 대안이 없어서다. 야당이 '대체제'로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회계사 I(40.남)씨는 "여당과 야당 양쪽 오십보 백보다. 정치권의 행동은 다 쇼다. 각자 득표에만 관심이 있지 해결 방안은 없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한 쪽이 더 잘할 때 표를 주는 것이지, 한 쪽이 못한다고 다른 쪽을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정권들처럼 여야가 바뀌어도 결국 똑같은 행태가 반복될 것이다. 나는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마포구에 사는 공무원 J(45.남)씨는 "투표율이 역대 최저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야당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이다. 세월호 참사는 기성세대의 잘못이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세월호 참사로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나도 투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회사원 K(48.남)씨는 "세월호 참사에 있어 정부가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인명구조를 하지 못한 안타까움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새누리당이어서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당이 되었건 똑같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에 대한 현정권 비난은 흥분된 판단"이라고 했다.
이병일 엠브레인 상무는 "40대의 분노가 어떤 방향으로 뻗어가느냐에 따라 '40대 표심'의 향방이 결정되고 이에 따라 이번 선거의 승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0대가 인적 쇄신이나 정부조직 개편 등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투표를 통해 바꿔야 한다는 '정권심판론'에 무게가 실릴 것이다. 현재로선 이같은 비율이 조금 더 앞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상무는 "세월호 사고에 분노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투표를 하지 않는 정치에 냉소적인 40대도 여전히 존재한다"며 "이들은 야당의 역할에 대해 심각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여나 야나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별 반 다를바 없는 정치인이라고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금융인 L(45.남)씨는 "소위 말해 3인칭 작가시점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며 "행정부의 수장이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고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긴 꼴"이라고 비꼬았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한의사 M(41.남)씨는 "유족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거나 사과를 하는 장면에서 울음을 터뜨렸다면 '진정성'으로 이해했겠지만 영웅 이름을 부르며 눈물 흘리는 것은 진정성이 없었다. 우는 포인트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책임은 해경에 있고 잘못하면 부숴버리겠다는 것은 당장 구조작업을 하는 사람의 목을 날리겠다는 것과 다름 없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안양시에 사는 공무원 N(41.여)씨는 "해경 해체라는 '동문서답(東問西答)'을 했다고 본다. 쓸데 없는 소리를 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가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소수는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는 지켰다", "울어서 안타까웠다"는 등의 대답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