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 판정은 오심으로 인정됐다. 판정을 내린 이영재 주심은 21일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50만 원 제재금을 부과받았다. 이와 함께 KBO는 이르면 후반기부터 비디오 판독을 확대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한화의 패배는 되돌릴 수 없었다.
대신 한화는 21일 통쾌한 홈런으로 울분을 다소 털어냈다. 그 주인공이 전날 멋진 블로킹을 선보였던 포수 정범모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당시 정범모는 김민성의 동선을 완벽하게 차단했지만 판정까지 막아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값진 결승포로 아쉬움을 씻어냈다.
정범모는 목동에서 열린 넥센 원정에서 4-4로 맞선 9회 1사에서 1점 홈런을 터뜨렸다. 호투하던 상대 3번째 투수 마정길의 5구째 가운데 몰린 공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9-7 승리의 결승포로 장식했다. 지난해까지 정범모는 통산 170경기에서 홈런이 5개뿐이었다.
정범모의 한방으로 한화 타선은 들불처럼 일어났다. 이용규-한상훈의 안타와 정근우의 볼넷에 이어 4번 타자 김태균이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송신영을 상대로 쏘아올린 쐐기포였다.
한화는 이날도 애매한 판정이 있었다. 한화가 4-2로 앞선 6회말 수비 2사 2루에서 넥센 대타 윤석민의 1타점 2루타 때였다. 3루 라인을 타고 흐르던 타구는 베이스 위를 가로질렀다. 페어와 파울을 가리기 어려운 타구였다.
김준희 3루심은 지체없이 페어를 선언했고, 3루수 송광민은 펄쩍 뛰었다. 전날 상황 때 더그아웃에 머물렀던 김응용 한화 감독도 앉아 있지만은 않았다. 곧바로 뛰어나와 심판진에 거세게 항의했고, 1루에 장운호만 남기고 선수들을 그라운드에서 철수시켰다. 이 판정보다는 전날에 대한 불만의 뜻이 더 강했다.
이 행동으로 김 감독은 올 시즌 감독 1호로 퇴장당했다. 이후에도 심판진과 한화 코치진은 언쟁을 벌였다. 11분 만에 한화 선수들이 수비에 나섰지만 마음에 앙금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7회 동점까지 허용하며 분위기가 더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 홈런포가 빛을 발했다. 정범모에 이어 중심 타자 김태균까지 아치를 그려내며 기세를 올렸다. 9회말 한화는 필승 카드 윤규진이 타구에 맞아 교체되는 악재 속에 3점을 내줬지만 승리는 지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