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결과적으로 해경의 이런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해양경찰을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종교지도자들에게 "제대로 된 시스템도 만들고, 또 대안을 가지고 국민들께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17일 만이다.
박 대통령이 "고민 끝에 해경 해체를 결정했다"고 말한 대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17일 동안 해경 해체 여부를 두고 장고에 장고를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해경은 대통령 담화 발표 이후 자신들의 조직이 해체된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1일 해양경찰 내부망 게시판에는 청장을 비롯한 지휘부의 무능력을 비판하는 글로 도배가 됐다.
그렇다면 이 기간에 해경은 자신들의 조직이 해체될 수도 있다는 느낌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을까?
알려진 것과 달리 해경은 사전에 청와대의 기류를 파악하고 해체를 막기 위해 해경의 입장을 수차례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해양수산부 고위 관계자는 "해경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돼 있는 직원 등을 통해 해경 해체에 따른 문제점 등을 여러 차례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가 조직 해체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해경이 사전에 알았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해경이 조직 해체 가능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었던 청와대의 뜻을 되돌리는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석균 해경청장도 20일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해경 전 직원은 국민들과 대통령님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말해, 해경 해체가 불가항력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청와대는 또 해경 해체를 결정하기에 앞서 해양수산부의 의견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해수부 고위 관계자는 "해수부와 해경의 관계가 처음부터 원만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결국 박 대통령의 이번 해경 해체 결정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뿐 아니라 정무적 판단에서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