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공개된 민낯, 공영방송의 모습은 아니다

[노컷칼럼]

KBS 양대 노조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길환영 사장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황진환기자
공영방송 KBS의 숨겨졌던 민낯이 제대로 드러났다. KBS 신참 기자들의 반성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정권 친화적인 KBS의 민낯이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폭로를 통해 확실하게 드러났다.

KBS는 이번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에서 정권 편향적인 편파, 왜곡 보도를 자행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KBS의 편파, 왜곡 보도가 정권의 영향을 받은 길환영 사장의 지시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금껏 KBS가 정권홍보 매체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음이 명확하게 증명 되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대통령 해외 순방 때마다 뉴스 프로그램에서 대통령 관련 꼭지를 늘리기 위한 고민으로 몸살을 앓았다고 실토했고, 이번 세월호 관련 보도에서도 길환영 사장이 “해경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 달라”고 지시를 하는 등 청와대의 요청을 받고, 보도국에 압력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해야 하는 공영방송 KBS의 사장이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신을 사장 자리에 앉혀준 정권의 눈치만 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이번 폭로로 KBS가 지금껏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정권의 방송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길환영 사장의 보도통제 사실이 알려지면서 KBS 전 구성원들이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길 사장은 기자회견을 자처해 내부 구성원들의 사퇴요구를 거부했다. 그러자, KBS 기자협회와 PD협회가 방송제작 거부에 들어갔고, KBS 양대 노조도 길환영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며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KBS 새노조 조합원 및 취재진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노조 사무실에서 사내 방송을 통해 길환영 사장의 사내방송 특별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길 사장은 담화를 통해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선동에는 결코 사퇴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사퇴 거부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황진환기자
이런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길환영 사장은 오히려 KBS 구성원들의 사퇴 주장을 “좌파노조의 방송장악 시도”라며 자사 구성원들의 주장에 색깔론을 입히고 있다.

KBS 구성원들이 길환영 사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이념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들이 길 사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바로 방송 저널리즘의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가치인 방송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않은 사장을 더 이상 사장으로 인정 할 수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의 주장인 것이다. 따라서 길 사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

그러나 길 사장이 물러난다고 해서 정권홍보 방송의 역할을 해 온 KBS 사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KBS를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데, 그 해결책은 바로 KBS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방식의 개혁이다.

지금처럼 정부와 여당이 7명의 이사를 추천하고 야당이 4명의 이사를 추천해 구성된 이사회에서 KBS 사장을 선임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는 이상 또 다시 제2, 제3의 길환영 사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KBS 이사회 구성을 여야가 동수의 이사를 추천해 구성하게 하든지, 아니면 시민단체, 언론단체, 정치권, 언론학자 등으로 구성된 범국민 이사 추천위원회에서 KBS 이사들을 선임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마저도 싫다면 현행 이사회 구성방안을 유지하되 최소한 KBS사장 선임에 있어서는 이사회 4분의3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해 특정 정당에 편향적인 인사가 사장에 선임되는 것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이것만이 공영방송 KBS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을 지킬 수 있는 길이고, 이를 통해서 KBS가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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