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 "대통령, 세월호 사고 최초 인지는 '오전 10시 전후'"

국회, KBS 보도개입 의혹 추궁 및 인적 개편 촉구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긴급현안질문 이틀째인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홍원 국무총리가 의원들의 질의를 받기위해 발언대로 향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정홍원 국무총리는 21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사고를 최초로 인지한 시점이 '오전 10시 전후'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세월호가 침몰하기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지나도록 사고 발생을 몰랐다는 것으로, 정부의 초기 대응 부실을 둘러싼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문에 출석해 '대통령이 이 사고를 처음 인지한 게 언제냐'는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의 질의에 "정확하게 보고 경로는 모르지만 사고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았다. 오전 10시 전후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일을 제가 일일이 보고받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시간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세월호가 사고 당일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에 진입해 무리한 변침을 해 최초 사고가 발생한 시점은 오전 8시 48분이고, 세월호에 타고 있던 안산 단원고 학생이 119에 신고한 것은 오전 8시 52분이었다.

당시 해양경찰청은 오전 9시 3분에 각 정부부처에 사고 상황을 전파했고, 안전행정부가 청와대에 문자메시지로 세월호 참사를 알린 시간은 오전 9시 31분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사고 당일인 지난달 16일 브리핑을 통해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즉각적인 보고를 받은 박 대통령이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총리는 청와대가 최초 대책회의를 한 시점을 묻는 김 의원의 질의에는 "저는 잘 모른다. 청와대에서 일어난 일을 총리인 제가 어떻게 다 아냐"고 항변했다.

이에 김 의원은 당시 청와대가 대책회의를 한 시간과 회의 참석자를 공개할 것과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최종 문건을 국회에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정 총리를 상대로 청와대의 KBS 보도개입 논란과 관련된 의혹을 따져 물었다.

정 총리는 최 의원이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폭로를 인용해 '정부 쪽에서 해경을 비난하지 말 것을 여러 번 요청했다'고 하자 "청와대에서 홍보수석이 (KBS에) 얘기했다는 것은 제가 알기에는 이 사태가 위중하니까 수색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그쪽을 좀 지원해주고 사기를 올려달라는 취지로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이 "청와대의 보도통제 사실을 총리가 이 자리에서 확인해 주신 것"이라고 주장하자 정 총리는 "홍보수석이 그렇게 얘기한 것으로 보도에서 봤다. 언론통제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잠수사들의 사기가 중요한데 '잠수사 사기에 도움되게 해주면 좋겠다'는 이런 요청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이렇게 저렇게 보도해라' 하는 것은 문제이지만 '현지에서 이런 일이 있으니 참작해달라'고 협조요청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와 함께 "MBC가 참사 당일 오전 11시 1분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오보를 가장 먼저 냈고, 다른 방송사들이 따라 오보를 냈다. KBS는 다른 방송사들이 해당 오보를 정정할 때 오히려 처음 이 오보를 내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여야 의원들은 아울러 박 대통령이 밝힌 세월호 대책과 관련해 정부에 대해 강도 높은 인적쇄신을 거듭 촉구했다.

특히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은 "대통령의 사과 시기와 방법, 형식 등을 놓고 연일 논란이 일고 있다. 소모적 논란은 청와대 참모진이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증거라고 생각한다"며 "참모진은 대통령의 심기가 아니라 국민의 민심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청와대 참모진의 전면적인 개편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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