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이어도 해역을 목숨처럼 사수하고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격퇴하면서도 묵묵히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수호해 온 그들이 내부망에 자조와 울분 섞인 글을 잇따라 올렸다.
21일 해양경찰 내부망 게시판에는 조직 해체에 이르기까지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한 지휘부를 통렬하게 비판하거나 안타까움 심경을 토로하는 글로 가득했다.
특히 김석균 해경청장이 해경 해체 방침에 대해 "국민과 대통령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한 기관의 수장으로서 조직 미래에 대한 고민이 결여된 무책임한 처신이었다고 비판했다.
한 경찰관은 "지휘부는 지금 이 시간에도 묵묵히 근무하는 1만여 명의 해양경찰과 그 가족들, 해경을 거쳐 간 수많은 선배와 가족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겼다"고 했다.
다른 경찰관은 "20대를 해경에서 함정 근무하며 명절이나 가족모임, 연휴 때 한번 육지에서 보내지 못하고 제복의 품위와 위신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며 "그런데 지금 왜 1만여 해양경찰이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는가"라며 지휘부를 원망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해양경찰 61년사에 조국과 민족을 위해 내 조국, 내 가족을 사랑한다 말 한마디 못하고 순직한 우리의 선배님, 동료는 어디에 묻어 두었는지요. 눈물은 없어진 지 오래고 지휘부를 쳐다보고 있는 내 자신이 부끄럽습니다"라고 한탄했다.
일선 해양경찰관들은 세월호 참사 부실 대응의 원인으로 실적과 평가 위주 정책을 꼽으며 지휘부를 질타했다.
계량화된 업무성과평가(BSC), 실적 위주의 '해양사고 30% 줄이기' 사업 등이 일선의 치안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관들은 "하부 지휘관들의 거짓보고, 해양사고 30% 숨기기, 365일 감찰활동 등 정녕 당신은 모르시는 건가요", "BSC 혁신 등 갖은 거짓말로 우리의 임무를 망각하고 조직원들끼리 멀어졌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해양사고 30% 줄이기 사업이 얼마나 어이없는 정책이었고 또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 밑에서 조작해 보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라고 올렸다.
한 경찰관은 아내가 SNS에 올린 글을 옮겨 소개했다.
이 글에는 가족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하며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은 남편을 자랑스러워하는 아내의 절절한 심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경찰관의 아내는 "저는 남편이 자랑스럽습니다. 하나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원망한 적은 있습니다. 셋째 임신 때 배가 아파서 병원 가는 길, 남편은 휴무인데도 사고가 있어서 미안해하며 급하게 출동했습니다. 어린 아이 둘과 해경전용 부둣가에 덩그러니 남겨졌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상황이 이해가 가는데도 눈에서는 눈물이 계속 나는데 어쩔 수 없었습니다"라며 아픈 추억을 떠올렸다.
아내는 이어 "아빠의 부재가 30일을 넘기고 곧 40일이 돼갑니다. 자기 일에 있어서는 감정조차도 드러낼 수 없는 참으로 불쌍한 경찰이지만 그래도 내 남편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해양경찰입니다"라고 했다.
일부 경찰관은 초임 순경 시절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감정을 드러냈다.
한 경찰관은 "실습함인 3007함 현문을 처음 내디뎠을 때 한 움큼 준비해둔 멀미약이 필요없을 것 같은 확신이 생겼다. 목포 해상에서 태풍 곤파스를 만나 항해할 때도 멀미는 없었다.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3001함 단정에 대롱대롱 매달려 처음 해상으로 내려갔을 때의 그 비현실적인 기분이 아직도 아리하다. 그런데… 해양경찰이 없어진단다. 당혹스럽다. 충격적이며 모욕적이다. 어깨가 너무 아프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김석균 청장은 내부망에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올려 수습 후 책임 의지를 내비쳤다.
김 청장은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고 현장이 수습되는 대로 모든 책임을 질 것"이라며 "직원 여러분을 생각하면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뿐이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1953년 출범한 해경은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한 부실 대응으로 조직 해체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