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국민은행장 측은 이사회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금융당국에 검사를 요청한데 이어 법원에 결정내용의 효력 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해 파문은 확산될 전망이다.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은 모두 "지주와 은행간의 대립은 없다"고 말했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 문제로 두 사람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발단은 전산시스템 변경 둘러싼 지주-은행간 이견>
이번 갈등의 발단은 국민은행의 주 전산시스템 변경 문제다.
국민은행과 국민카드는 그동안 IBM의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사용해왔지만 시스템의 개방성이 떨어져 시스템 간 연계가 어렵고 유지·보수 비용도 상대적으로 많이 든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 2012년부터 시스템 교체를 검토해 왔고 지난해 11월 은행 경영협의회, 올해 4월 은행·카드 이사회 결의를 거쳐 유닉스시스템으로의 변경을 확정했다.
그러나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감사위원은 기술검증 과정에서 시스템의 문제가 발견됐다는 내부 감사보고서 등을 들어 시스템 결정과정이 깨끗하지 못하다고 보고 있다.
두 사람은 감사위원회,이사회 등에 재논의를 건의했지만 사외이사들이 주축이 된 이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은 곧바로 금감원에 감사를 요청했다.
<회장-행장간 갈등? 이사회 내부 다툼?>
문제를 제기한 정 감사위원은 임 회장과 기획재정부에서 같이 일했었고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임 회장이 지원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경영진과의 이견이 노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19일 KB금융지주는 김재열 전무 명의의 설명자료를 통해 "(정 감사위원이) 자의적인 감사권을 남용해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를 무력화시키려 했다"며 비난했다.
이같은 비난은 결국 정 감사위원과 의견을 같이한 이건호 행장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사회 결정 사항에 대한 이례적인 문제 제기는 이 행장이 임회장에게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임영록 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임회장에게 우호적인 인사들로 상당수가 바뀌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고 말했다.
결국 임회장이 이사회를 통해 경영권을 통제하려다 경영진과 충돌했다는 얘기다.
이번 문제와 관련해 금융지주 내부에서 문책론이 제기됐고 이 행장은 이사회 결정의 효력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
두 사람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임 회장과 이 행장 간 대립구도를 명확하게 만들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