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협회는 이날 여의도 KBS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길 사장이 사퇴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날부터 이틀간 예정한 제작거부를 무기한 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KBS 기자협회는 단 이번 제작거부가 세월호 침몰사고 보도와 관련된 반성에서 촉발된 만큼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취재를 위한 최소 인력은 유지하기로 했다. KBS 전국기자협회는 전날 오후 6시부터 제작거부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제작거부 동참 의사를 밝힌 KBS PD협회도 시기를 저울질하는 상황이다.
KBS PD협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PD협회에서는 언제든지 제작거부에 들어갈 수 있는 준비를 마쳤고 시기는 비대위에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KBS PD협회는 전날 운영위 긴급회의를 소집, PD 출신인 길 사장을 만장일치로 협회에서 제명했다.
길 사장이 "청와대와 정치권 압력에 굴복해 공영방송 KBS 공정성을 심대히 침해해 협회 명예를 손상하는 등의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 제명 근거라고 PD협회 측은 설명했다.
400여 명 기자가 소속된 기자협회 제작거부가 이틀째에 접어들면서 이날 종일 보도 부문을 중심으로 방송 파행이 이어졌다.
KBS 1TV는 이날 '뉴스광장' 등 뉴스 프로그램들을 단축 방송하거나 결방하고 대신 다큐 프로그램 등을 재방송했다. 메인뉴스인 '뉴스9'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단신 위주로 기존 1시간에서 20분으로 단축 방송했다.
보도국 차원에서 제작된 새 리포트는 국제뉴스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특파원들도 제작거부 동참 의사를 밝혔으나 업무 특수성을 고려해 전 세계 4개 권역별로 최소한으로 제작하는 선에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들이 제작해 매주 화요일 방송하는 '시사기획 창'은 이날 예정된 '서해 해양주권이 위협받는다'편 제작이 거의 마무리된 만큼 방송했지만 상황 변화가 없으면 다음주부터 결방이 예상된다.
이날 KBS 기술본부 팀장 27명이 보직사퇴를 결의했고 드라마 PD 70명도 성명을 발표하고 길 사장 사퇴를 요구했다고 KBS 기자협회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양대 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KBS 노동조합은 21일부터 총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한다.
한편 여당 추천 KBS 이사들은 길 사장 해임제청안의 상정 여부를 확정하는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이날 오후 KBS 신관 이사장실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야당 추천 이사들이 전날 제출한 길 사장 해임제청안의 상정 여부와 관련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기자협회 대표단은 이길영 이사장 등 여당 추천 이사들을 만나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폭로한 '길환영 사장 보도 개입 사례'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전달하고 길 사장 퇴진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선(先) 방송 정상화'를 주문하며 "협회 대표단의 엄중한 인식을 이해하며 사태 해결 필요성에 깊은 공감을 표한다"고 밝혔으며 최양수 이사는 "KBS에 가장 도움이 되는 길이 뭔지를 찾겠다"고 약속했다고 KBS 기자협회측은 전했다.
사퇴를 거부한 길 사장은 이날 정상 출근했으며 다음날 오전 '현안 관련 사장의 특별담화 사내 방송'을 할 예정이라고 내부 공지했다.
길 사장은 전날 사내 담화 계획을 2차례 잡았다가 취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