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 되는 참사…면피용 땜질 처방이 원인

[국토개발 50년의 한(恨)②] 법과 제도는 있지만 운영 시스템은 없다

성수대교 위령비. 자료사진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금강휴게소 앞에는 건설 순직자 위령탑이 있다.

경부고속도로(1968년 2월~1970년 7월) 건설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건설노동자 77명의 넋을 위로하고 영원히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건립됐다.

정부는 이후에도 대형 참사가 빚어질 때 마다 관련법을 개정하고, 기념일을 제정하는 등 두 번 다시는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다짐을 한다.

하지만 국토개발 현장에서는 아직도 참사가 끊이질 않고 이어지고 있다. 면피용 때질 처방만 있고, 실제 곪아 터진 속살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이 없기 때문이다.

◈ 땜질 처방에 냄비근성....계속되는 시설물 안전사고

지난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나서 정부와 정치권이 뒤늦게 설레발치며 만든 법이 하나 있다. 바로 ‘시설물의 안전에 관한 특별법’, 이른바 시특법이 그것이다.

시특법은 교량과 댐, 터널, 하천, 건축물 등 국가 관리대상 시설물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국가 시설물을 어떻게 관리하고 점검해야 하는지 방법도 명문화했다.

하지만 1995년 6월 13일 시특법이 시행에 들어간 지 꼭 16일이 지난 6월 29일 삼풍백화점이 붕괴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501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삼품백화점은 시특법에 따라 정밀 안전진단을 받았으나 구조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이후에도 시특법 적용을 받는 국가 시설물의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고 발생했다. 지난해 4월 붕괴된 경주 산대저수지의 경우도 1964년 준공된 안전도 D등급 시설물이다.

법과 제도만 있지, 실제 현장에서는 시설물 안전 관리가 땜질처방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 정부, 안전진단 규제완화...진단 신뢰성 의문

정부가 관리하는 댐과 교량, 터널, 건축물 등 국가 시설물에 대해선, 연간 2회 정기점검과 2~4년에 한번씩 정밀점검, 정밀안전진단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들 시설물에 대한 안전진단은 공공기관인 한국시설안전공단과 일반 민간업체가 실시하며, 2013년 말 현재 국내에 등록된 안전진단 전문기관은 622개가 있다.

그러나 이들 민간업체 가운데 20%인 130개 업체는 지난해 단 한건의 용역사업도 수주하지 못했고, 상위 22개 업체가 전체 진단용역의 50% 이상을 수주하는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시설물 정밀점검과 정밀안전진단 용역 시장 규모는 지난 2009년 1,620억원에서 2013년은 1,564억원으로 감소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토부와 자치단체, 도로공사, 농어촌공사 등 국가 시설물 관리 주체들이 안전진단 용역사업비를 축소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안전진단 용역사업이 저가입찰로 진행돼, 영세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최저가에 용역사업을 수주하다 보니, 부실 진단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정밀점검과 정밀안전진단이 이뤄진 2만 건 가운데 415건이 평가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111건은 부실 진단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국시설안전공단의 한 간부직원은 “정부 기관들이 시설물 안전에 대해 말로는 강조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거리가 멀다”며 “면피용 땜질처방이 계속되는 한 안전사고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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