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며 노출된 단속 허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해경청에 따르면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달 16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해경이 나포한 중국어선은 4척에 불과하다. 작년 같은 기간 나포 실적 41척과 비교하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해경은 세월호 침몰 현장에 경비함정을 대거 투입한 탓에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막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해경청은 조직 해체 발표에 상관없이 중국어선 단속에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미 일선 경찰관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어서 효과적인 단속이 어렵지 않겠냐는 게 고민이다.
인천해양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중국어선 나포는 중국 선원들의 거센 폭력저항 때문에 목숨을 내걸고 수행하는 임무"라며 "그런데 조직이 해체되는 마당에 누가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어선을 나포하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해경 해체 이후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해경청 해체로 수사·정보 기능을 경찰청으로 넘기게 되면 해경은 중국어선을 나포하더라도 EEZ 침범 경위, 불법 어획물 규모 등을 조사할 권한이 없게 된다.
수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중국어선을 나포해 육상 부두로 압송해 온 뒤 선원들을 경찰에 인계해야 한다.
아울러 불법조업 중 적발된 중국어선이 담보금을 납부하면 현장에서 곧바로 석방하는 '현장조사제'도 더 이상 시행할 수 없을 전망이다.
현장조사제는 경미한 위반사항의 경우 중국 본국의 선주가 담보금을 검찰 징수계 계좌에 송금하면 해경이 검사지휘를 받아 현장에서 석방하는 제도다.
중국어선을 육상 부두까지 압송하지 않아도 돼 해상치안 공백을 막고 유류를 절약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해경의 수사 권한이 없어지면 현장조사제는 원칙적으로 시행이 어렵게 된다.
한편 중국어선은 이날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에 228척, 허가수역과 잠정조치수역 등 배타적경제수역(EEZ) 인근에 875척 등 1천103척이 조업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