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도 부처간 칸막이가 존재했다. 국가 안전이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의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 부처 이기주의 병폐…제 발등 찍은 안전행정부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안전행정부의 안전 업무를 국가안전처로 넘기고, 조직과 인사권은 총리실 행정개혁처로 이관하겠다고 밝혔다. 안전행정부가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사실 안행부는 이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그런데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부처 이기주의가 존재한다.
그동안 해양 재난사고에 대해선 해양수산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다. 세월호 침몰사고도 처음에는 해수부가 종합사고대책본부를 구성했다.
하지만 안행부가 30여분 뒤에 중대본을 구성하면서 해수부의 역할은 사라지게 됐다.
이와 관련해 당시 상황은 세월호 탑승객 전원 구조설이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나왔던 시점이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안행부가 생색을 내기 위해 컨트롤타워를 빼앗아 갔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 국가 시설물 안전관리…부처 권한의 상징
1995년 시설물의 안전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될 당시 건설교통부는 원자력 발전소를 포함한 모든 국가 시설물을 관리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시 통상산업부는 원자력 발전소는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건교부가 주도하는 시특법 대상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또, 민선을 처음 시작했던 전국 자치단체들도 지방도로와 소규모 저수지, 하천 등은 자신들이 관리하겠다고 고집했다. 교육부는 학교 시설을 품에 안았다.
시설물 인·허가와 관리 권한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부처 이기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제정된 시특법은 반쪽 법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국시설안전공단 관계자는 "시특법을 만들 당시 모든 국가 시설물을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각 부처들의 반발이 워낙 심했기 때문에 국토부 소관 시설만 대상에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가시설물을 부처별로 관리하기 때문에 재난사고가 발생하면 일사분란하게 수습하기가 어렵다"며 "지난번 경주 마우나오션 체육관 붕괴사고도 소관 부처가 어디인지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