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한 시사평론가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의외의 예능감으로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교수는 지난 17일 방송된 ‘무한도전’의 ‘선택2014’특집에서 후보로 나온 멤버들의 토론 진행을 맡았다. 방송에서 정교수는 “리더가 되면 ‘무한도전’ 회의와 아이템 선정에 있어서 향후 10년간 무게감을 갖게 된다”고 소개하면서도 예상 외 가벼운 특권에 “이런 선거를 꼭 해야 합니까”라고 되물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정교수 역시 웃음을 참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이내 특유의 비장한 진행자 모습으로 돌아갔다. 모두가 웃고 까부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정교수의 꼿꼿한 진행은 반전 재미를 더했다.
현재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를 진행하는 정교수는 풍부한 배경지식과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 질문으로 정평이 나있다. 과거 KBS 1TV ‘심야토론’, ‘열린토론’, MBC ‘100분토론’ 등 다수의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냉철하면서도 균형 잡힌 진행으로 ‘토론의 교과서’라는 별칭도 얻었다. 그런 정교수도 ‘무한도전’에서만큼은 무장해제됐다.
지난 19일,‘정관용의 시사자키’ 진행을 위해 목동CBS사옥을 방문한 정관용 교수를 만나 ‘무한도전’ 촬영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하 정관용 교수와 일문일답
▶‘무한도전’ 방송 잘봤다. 어떤 계기로 출연하게 됐나?
-본래 나는 예능 프로그램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6.4 지방선거를 계기로 선거와 투표에 대해 관심을 환기하자는 취지에서 섭외가 왔고 ‘무한도전’은 젊은 층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이 젊은 층에게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출연했다.
“다가오는 6.4 지방선거,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선거다.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시길 바랍니다”라는 클로징 멘트도 젊은 친구들에게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했다.
▶방송에서 ‘이런 선거 왜 합니까?’라는 발언이 화제가 됐다. 에피소드가 있나?
-녹화에서는 편집됐는데 사연이 있다. 작가가 사전에 내게 보내준 원고에는 리더의 권한이 다섯가지였고 내가 현장에서 그 권한을 읽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녹화장에 가니 그 권한을 다 얘기하면 출연자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며 빼자고 하더라. 작가가 직접 써서 준 원고에는 리더의 권한을 “아이템 선정이나 회의 시 무게가 실리게 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정작 녹화가 들어가자 앞에 있는 프롬프터(진행자가 원고를 보는 장치)에는 ‘회의에 참석할 수 있습니다’라고만 써 있었다. 이건 ‘무게가 실린다’는 것보다 더 약한 권한 아닌가. 읽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회의에 참석하는 것 정도를 가지고 뭐 이런 선거를 하나 싶었다.
추후 녹화를 마친 뒤 알게 됐는데 ‘무한도전’ 제작진이 멤버들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고 어려운 미션을 진행한다고 하더라.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회의에 참석하는 게 큰 권한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혹시 토론 녹화를 마친 뒤 지지하고 싶은 후보가 생겼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게 무슨 토론인가.(웃음) 재미를 위한 방송이지. 하지만 후보들의 합종연횡, 정치권의 네거티브 전략을 빗댄 모습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무한도전’은 웃기는 프로그램이고 웃기는 프로그램이 선거를 풍자하며 한국정치를 웃으며 생각할 수 있게 했다는 점, 지방선거에 관심을 환기시킨 점 등은 높이 산다.
▶혹시 주변 반응은 어땠나?
-주변에서는 재밌게 잘봤다고 하더라. 특별한 반응은 없고 지난 일요일,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어려 보이는 친구 두명이 나를 가리키며 뭐라뭐라 얘기하는걸 보기는 봤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젊은층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투표결과는 기성세대보다 젊은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지금 젊은이들이 주택마련, 결혼, 취직, 육아, 교육비 등 전방위적으로 고민이 큰데 이 모든 문제가 지방행정과 연관돼 있다. 실질적 삶의 질을 결정하는 문제에서 관심을 갖지 않고 투표를 안하는건 어리석다.
우리 정치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정치 혐오감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럴 때 쓰는 말이 있다. 투표란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하고 차선이 없다면 차악이라도 선택하는 것. 최악이 되는 것만큼은 막는 게 큰 의미가 있다. 찍고 싶은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도 가서 차악이라도 선택하길 바란다. 꼭 투표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