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덮으려는 해군…"목소리 좀 크게해라 했을 뿐?"

초계함 근무 女소위, 상관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희롱·추행 당해

(사진=자료사진)
해군 함정 내에서 잇따라 성희롱·추행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해군은 사건 축소와 은폐에만 전전긍긍하고 있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해군은 최근 1함대 소속의 한 초계함에 근무하는 A 대위가 부하인 여군 B 소위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됐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를 시인했다.

다만, 해군은 당시 "함정내 여군들의 숙소는 사무실과 같이 쓰는 곳인데 이곳을 드나들다 가볍게 몸을 터치한 일이 있었는데 성추행으로 간주가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별 의도 없는 행동이었다는 식의 해군 해명과 달리 유부남인 A 대위는 신체접촉 뿐만 아니라 '사귀자'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B 소위는 A 대위 뿐만 아니라 같은 함정에 근무했던 C 소령으로부터도 지속적으로 성희롱과 폭언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B 소위와 같은 함정에서 근무한 C 소령은 세면장 등에서 B 소위를 향해 남성의 성기를 언급하며 심한 성적 모욕을 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C 소령은 이후 성희롱 혐의로 보직해임과 감봉 등의 조치를 받았고 현재 국방부에 파견돼 근무하며 군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군은 당초 구속된 B 대위 사건이 언론에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C 소령과 관련된 사실은 함구하고 있다가 이 역시 언론에 보도되자 다시 사건 축소에만 급급하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C 소령의 혐의와 관련해 "B 소위에게 목소리를 크게 하라고 하는 정도였다"면서 "당사자가 받아들이기에 따라 성희롱이 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언론의 추궁이 이어지자 "어깨를 주무르라고 하기도 했다"며 추가로 C 소령의 혐의를 설명했지만 성기를 언급하는 등의 성적 모욕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부하 여군을 성희롱·추행한 C 소령이나 A 대위도 문제지만 이같은 사실이 외부로 드러날 것이 두려워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만 하는 해군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여기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그동안 성 군기 위반 사건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에 입각해 처벌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내부적으로는 문제를 덮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근 기무사 요원을 비롯한 군 간부들의 잇따른 성군기 위반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군은 이같은 사실을 언론에 제보한 내부자 색출에 나서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