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무장단체 정부군·반군 급속 양분…내전 암운

軍특수부대 국민군 동참…정부군, 세력모아 반격 준비

리비아 전국의 무장단체들이 의회를 공격한 비(非)이슬람계 '국민군'과 이에 맞선 이슬람계 정부군에 속속 가담하면서 급속 양분되고 있다. 최근 있었던 국민군의 의사당 공습과 권한정지 선포가 도화선이다.

지난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가 축출된 뒤 난립한 수백 개의 조직이 편을 나눠 서로 총부리를 겨눌 준비를 하는 셈이다. 내전 암운이 짙게 드리워 가는 형국이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벵가지 주재 리비아군 특수부대는 19일(현지시간) 국민군과 함께 이슬람계 무장단체 격퇴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특수부대 사령관 와니스 아부 카마다는 TV에 나와 "이제 모든 병력과 화기가 국민군 소속"이라며 "리비아를 해하는 자는 누구든 박살 낼 것"이라고 했다.

리비아 특수부대는 제대로 된 군을 갖추지 못한 과도정부의 유일한 정규군이었다. 이 부대는 그간 이슬람계 무장단체의 공격으로 수십 명의 사상자를 냈다.

같은 날 리비아 북동부 토브루크에 위치한 공군부대 역시 국민군에 가담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국민군 측에 붙은 5번째 공군부대다.

퇴역 장성 칼리파 하프타르(65)가 이끄는 국민군은 전날 수도 트리폴리의 제헌의회(GNC) 의사당을 공격하고 의회의 권한 행사 중단을 선언했다.

국민군은 현재도 트리폴리 남부와 공항 주변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트리폴리 주변 국민군 병력은 리비아 최대 비이슬람 무장단체 '진탄' 소속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정부군 사령관은 "(국민군의) 권력 장악 시도에 맞서자"는 성명을 내고 이슬람계 무장단체들에게 수도 트리폴리로 집결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이에 이슬람계 무장단체들은 리비아 서부 이슬람계 도시인 미스라타에 속속 모여들고 있다.

이들이 인터넷에 올린 영상엔 수백 대의 픽업트럭과 대공화기, 탱크, 장갑차가 보이며 이들은 "수도로 진군할 준비가 됐다"고 외치고 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일부 이슬람 무장단체는 18일에도 비이슬람계가 장악한 벵가지 공항을 습격했으나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리비아 과도정부는 제헌의회가 휴회에 들어가고 3개월 내에 새 의회를 구성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냈다.

그러나 하프타르는 "리비아에서 (이슬람계 무장단체의) 테러를 근절하겠다"며 공격을 계속할 것을 다짐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상황이 악화되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알제리아는 트리폴리 주재 대사관을 닫고 외교관 전원을 철수시켰다.

데보라 존스 미국 대사 역시 18일 "가족 여행을 간다"며 리비아를 떠났다.

미국 국무부는 대신 존 케리 국무장관이 시나이반도 다국적평화감시군(MFO) 수장인 데이비드 새터필드 리비아로 보내 사태를 중재한다고 19일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스페인에 있던 미군 해병대 60명과 군용기 4대가 리비아에 더 가까운 이탈리아 시칠리아로 급파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리비아 정국이 더욱 불안해질 경우 미국 대사관 직원들의 탈출을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이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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