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한 사람을 경찰이 위협사격도 없이 정당방위 차원에서 즉각 사살하자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지역언론은 한 경관이 칼로 자해소동을 벌이던 40대 여성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총을 쏴 숨지게 했다고 19일(현지시간) 전했다.
현지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전날 오후 늦게 주위의 신고를 받은 한 경관은 대형생선 조리용 칼로 자해소동을 벌이던 셸리아 보터(44)라는 여성의 집으로 출동했다.
침실에서 칼을 휘두르며 저항하던 보터와 맞닥뜨린 경관은 그에게 수차례 흉기를 바닥에 내리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보터는 칼부림을 멈추지 않고 경관을 향해 계속 다가갔고, 더 물러설 곳을 찾지 못한 경관은 보터를 향해 한 차례 방아쇠를 당겼다.
가슴에 총을 맞은 보터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절명했다.
윌리엄 맥머너스 샌안토니오 경찰국장은 "발포 당시 경관과 보터 간 거리는 15∼20피트(4.6∼6m)였다"며 '21피트 규정' 이내에서 이뤄진 점을 강조했다.
샌안토니오 경찰은 올해 2년차인 이 경관을 행정 업무직으로 돌리고 과잉 대응 조사에 착수했다.
'21피트 규정'은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경찰국에서 근무하던 경찰 데니스 툴러가 실험으로 밝혀낸 자기 보호 차원의 훈련 방법으로 그의 이름을 따 '툴러 훈련법'이라고 불린다.
대치 거리 21피트 이내에서 칼과 같은 흉기를 든 사람이 얼마나 빨리 반응하는지 궁금해한 툴러는 몇 차례 실험을 거쳐 반응시간 1.5초 이내 흉기 소지자가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1983년 경찰 잡지에 실었다.
흉기를 지닌 사람이 공격하는 시간과 이를 제지하려는 경관이 권총을 뽑아 발포하는 시간이 거의 엇비슷하다고 판단한 미국 경찰은 이후 흉기 소지자와 21피트 이내 대치했을 때 경관이 정당방위에서 총을 쓰는 것을 용인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미국 누리꾼들의 반응은 경찰의 과잉 대응이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경관이 '21피트' 훈련 규정을 잘 지켰다며 옹호하는 이도 있으나 최근 경관의 총에 사망한 90대 할머니 사건을 염두에 둔 듯 많은 이들이 "총 대신 전자충격기(테이저 건)를 왜 사용하지 않았나", "가슴 조준 사격 대신 생명에 지장이 없는 다리 쪽을 조준해 쐈어야 한다"라고 경찰을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