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반이슬람 무장단체, 의회 장악…곳곳 교전(종합3보)

퇴역장성 이끄는 '국민군' 의사당 공격…2명 사망·55명 부상

반이슬람 성향의 리비아 무장단체가 국내 최고 정치기구인 의회를 한 때 무력으로 장악했다.

이 단체는 또 의회의 권한 행사 중단을 선포해 사실상 '쿠데타'를 시도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9일(현지시간)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리비아 퇴역 장성 칼리파 하프타르가 이끄는 무장단체 '국민군'이 이날 수도 트리폴리 의사당을 공격하고 의회의 권한 행사 중단을 선포했다.

이 과정에서 2명이 숨지고 55명이 다쳤으며 이슬람계 의원·정부 관리 20여명이 납치됐다고 리비아 정부와 친정부 무장단체 '리비아혁명작전실'(LROR)이 전했다.

이번 공격은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붕괴시킨 '아랍의 봄' 민중 봉기 이래 리비아에서 가장 큰 파장을 가져올 사태로 여겨진다.

국민군은 장갑차와 대공화기, 로켓포 등을 동원해 이슬람 정파가 주류인 제헌의회(GNC) 의사당을 기습 공격해 한때 무력 점거했다.

이들은 또 의회 밖에서 정부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인 뒤 의회로 통하는 주요 도로를 봉쇄한 데 이어 내부로 난입해 의회 건물에 불을 질렀다.

국민군 측은 공격 후 "이슬람 과격분자를 돕는 의회는 바로 리비아 위기의 원인"이라며 "이슬람 민병대를 제거하기 위해 의회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또 "제헌 의회의 활동 중단을 선포한다"며 "60명으로 이뤄진 새 조직이 의회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지금까지도 의사당 건물을 장악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살라 알마르가니 리비아 법무장관은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국민군의 의회 공격을 비판하고 "정부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리비아군 사령관이 이슬람주의자들이 이끄는 민병대에 트리폴리에 집결하라고 명령했다.

리비아군 사령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권력을 장악하려는 시도에 맞서자"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리비아 각 지역의 정파와 무장단체 간 세력 다툼이 최고조로 격화할 갈림길에 선 것으로 보인다. 국민군 측도 리비아가 내전 직전에까지 몰려 있다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리비아 정당 '국민의 힘 동맹'의 한 의원은 "리비아는 현재 폭발을 기다리는 화산과 같다"며 "이곳에는 진정한 의회도, 정부도 없다. 민병대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할 조짐을 보이자 사우디아라비아는 트리폴리에 있는 공관의 문을 닫고 자국 외교관 전원을 철수시켰다.

리비아는 현재 이슬람주의 정파와 민족주의 분파로 구성된 의회 주도로 새로운 총리가 임명된 상황에서 내각 구성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이번 공격은 이슬람 세력 중심의 신(新)헌정 질서 수립과 내각 구성에 반대하는 쪽의 무력적 권력 개입 시도라는 점에서 '쿠데타' 성격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리비아는 지난 3월 이후 총리가 3차례나 교체되는 등 정치적 혼란도 극에 달했다.

이번에 공격 대상이 된 리비아 제헌의회는 이슬람주의 분파와 민족주의자들로 양분돼 있으며 이 두 정파 뒤에는 각각 무장단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이슬람계 정파가 비이슬람계의 반대에도 새 총리 임명을 강행했기 때문에 새 총리의 내각 구성 방지가 이번 공격의 주된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교전은 18일 밤 트리폴리 남단과 공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까지 번진 상태다.

총성이 이어지고 박격포탄이 민가 주변에 떨어지며 트리폴리 시민들은 큰 불안을 겪고 있다.

하프타르가 이끄는 국민군은 앞서 17일에도 벵가지에서 군용기와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이슬람 무장단체 군사기지를 공격, 최소 78명이 사망하고 141명이 다쳤다.

리비아 정부와 의회는 하프타르의 무력행사가 쿠데타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프타르는 한때 카다피 정권에서 군을 이끌었으나 1980년대에 물러났다. 2011년 카다피 정권 축출 후에는 리비아군 재건을 맡아 복귀했다가 곧 그만뒀다.

그러나 그는 지난 2월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리고 리비아를 테러 세력으로부터 구출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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