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쿠데타 시도 하프타르 "벵가지 추가 공격"(종합)

카다피군 요직서 버림받은 후 카디피 축출 주도…美 지원설도

리비아에 난립한 무장단체 가운데 비(非)이슬람 세력 기반의 무장 조직 '국민군'이 18일(현지시간) 리비아 의사당을 공격하고 의회의 권한 행사 중단을 선언했다.

국민군은 의원들과 정부 인사를 억류하고 무력으로 중앙권력의 대체를 시도하려 했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쿠데타를 감행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 초 리비아 TV와 인터넷에 공개한 연설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 퇴역 장성 칼리파 하프타르(65)는 반정부군 단체의 성격을 지닌 국민군은 창설해 지금까지 이끌어 왔다.

리비아 동부 벵가지 출생의 하프타르는 이틀 전 벵가지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단체를 습격한 뒤 "이슬람주의 전 반군 세력을 추가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국민군은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 축출 이후 전국에서 무장세력이 어지럽게 등장한 상황에서 "이슬람 테러세력으로부터 리비아를 구하겠다"며 정국의 전면에 등장했다.

국민군은 1980년대 후반 차드 주재 리비아군 사령관이던 하프타르가 1987년 리비아-차드 전쟁의 포로 신분에서 풀려난 직후 창립됐다고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당시 차드 내 병력을 인정하지 않던 카다피는 포로로 잡힌 하프타르의 존재 역시 부인했다. 1969년 카다피를 도와 국왕 아드리스 1세를 몰아냈던 하프타르는 이를 계기로 카다피에게 완전히 등을 돌려버렸다.

그는 이후 미국으로 망명해 카다피 축축 등을 목표로 내세운 채 국민군 조직 확대에 나선다. 이어 20여년을 기다린 끝에 2011년 3월 카다피 반군의 '넘버 3' 지상군 사령관(중장)으로 리비아에 복귀해 카다피 축출에 크게 기여한 뒤 은퇴했다.


현역 은퇴와 함께 사라지는 줄 알았던 하프타르가 정국에 재등장한 것은 지난 2월이다.

그는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리고 '리비아를 테러세력으로부터 구출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이슬람계가 장악한 의회의 해산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리비아 정부와 의회는 당장 이를 '어리석은 쿠데타 선언'이라고 비난하며 경계했다.

그러나 하프타르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틀 전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벵가지의 이슬람 무장단체 기지와 라디오방송국에 대한 공격이 시발점이다. 국민군의 이 공습으로 최소 78명이 사망하고 140여명이 부상했다.

하프타르는 정부의 허가 없이 정부군 항공기와 장비를 이용해 이슬람 단체를 기습적으로 공격했다.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 '안사르 알샤리아'가 벵가지에서 운영하는 라디오방송국도 국민군의 공격 목표물이 됐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전했다.

안사르 알샤리아는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조직이다.

하프타르는 "벵가지의 테러 조직을 제거하기 위해 이슬람주의자들을 상대로 작전을 펼친 것"이라며 정부의 '쿠데타 시도' 비판을 일축했다.

국민군은 벵가지 이슬람 단체를 공격한 여세를 몰아 다음날 최고 정치 기구인 제헌의회(GNC)까지 타깃삼아 결국 의사당 공격에 나섰다.

이런 군사 작전을 도모할 역량을 갖춘 국민군은 공군과 특수부대가 따로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것으로 파악되지만 그동안 조직 실체의 전모가 자세히 드러나지 않았다. AFP 통신은 "정부군과 일부 무장단체, 치안 불안에 시달리던 부족들이 국민군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하프타르가 미국의 지원을 받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가 미국 망명 당시 중앙정보국(CIA) 본부 근처에 장기간 머물렀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1990년대 한 아랍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도움으로 카다피를 제거하기 위해 군사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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