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학가, 탄광 참사에 '점거하라' 분노 확산

"이 대학은 점거됐습니다."

터키 명문 이스탄불대학교 광업학부 건물에 거대한 현수막이 걸렸다. 터키 학생들은 이곳에서 3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광산 사고를 규탄하는 밤샘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밤샘 농성은 명문인 이스탄불대 공대가 소마 광산을 운영하는 회사와 연관이 있다는 데 대한 작은 항의에서 시작됐다. 지난 16일 학생 1천여 명이 문을 걸어 잠그고 나서 완전한 점거로 이어졌다.

학생들의 점거 시위는 대학 당국을 움직이게 했다. 학교 측이 학내 게시판을 통해 직원을 고용하곤 했던 소마의 광산 회사와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오르쿤(21) 씨는 "대학은 광부들 죽음의 공범이다. 광산 회사는 사고가 나기 이주 전에 이곳에서 세미나를 했다. 책임 있는 사람들이 답을 내놓을 때까지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죽은 사람들은 기분 좋게 죽은 것'이라고 말한 광산학과 오르한 쿠랄 교수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쿠랄 교수는 "지역 TV에 출연해 "일산화탄소는 산소보다 가벼워서 자살 방법으로 선호한다. 그것은 기분 좋은 죽음이다. 어떤 것도 느끼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온 치명적인 가스에 대해 과학적인 설명을 하려고 했을 뿐'이라며 사과했다.

단과대 건물은 점거에 동참하는 학생들만 작은 창문을 통해서만 출입할 수 있다.

건물 안 복도는 "소마의 불길은 정의개발당(AKP·현 집권당)을 태울 것이다", "우리는 살인자들의 기술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의 기술자가 될 것이다"라는 반정부 구호와 그래피티로 덮여 있었다.

몇 발짝 떨어진 곳에는 소마에서 숨진 301명의 명단이 벽에 적혀 있었다.

학생들은 수면실과 화장실, 광산 산업의 문제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임시 극장을 만들어 놓고, 사람들로 꽉 찬 홀에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전문가들은 진행 중인 사고 조사의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조사관들을 광산 회사가 고용했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 학생은 "소마 광산을 조사하는 전문가 일부는 우리 학교 출신이다. 하지만 졸업장을 갖고 있다고 자동으로 좋은 기술자가 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안에서는 새로운 저항이 계획되고 있다.

한 학생은 "소마의 아버지들을 위해 우리는 31일 거리에 설 것이다"라고 말했고 우레같은 박수를 받았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