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난 17일,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청와대 보도 개입 폭로는 결정적 한 방을 날리며 길환영 KBS 사장의 거취까지 위협하고 있다.
김 전 국장이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다.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 해경 비판 자제보도를 요청했으며 지시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자 길환영 사장을 통해 직접적으로 압박을 가했다는 것.
정치 분야에 있어서는 신임 대통령 취임 1년 동안 대통령 비판 자제, 특정 기자 청와대 출입기자 발령 요구,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 순서 교체 등 다양한 요구와 압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 전 보도국장은 뉴스에 개입을 안한 역대 사장으로는 정연주, 이병순 전 사장을 꼽았으며 김인규 전 사장부터 뉴스 큐시트를 받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 전국장의 폭로는 보도부문의 첫 내부 고발이다. 공영방송인 KBS의 사장은 KBS 이사회가 임명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면한다. 이사회는 대통령과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한다.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여당 추천 3명, 야당 추천 2명으로 나뉘고 이들이 추천하는 KBS이사회는 여야 추천 몫이 7대 4다.
결국 사장 선임에 있어 정부와 여당의 영향력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고 보도 역시 친정부적 성향을 띌 수 있는 구조지만 KBS는 보도부문의 독립성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공영방송 KBS의 보도를 책임졌던 전임 보도국장이 직접적으로 정부의 보도개입을 폭로했다는 점에서 그 여파가 커질 수 밖에 없다. 당장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해경 비판 자제를 요청했다고 알려진 길환영 사장의 거취부터 흔들릴 수 밖에 없다.
KBS노조는 이날 기자총회 직후 강도 높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아울러 19일부터 길환영 사장의 출근저지 및 불복종운동을 펼치겠다고 예고했다.
길사장은 19일, 팀장급 이상 직원과 ‘사장과의 대화’를 열겠다고 밝힌 상태라 물리적인 충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길환영 사장의 입장을 대변할 KBS 사측은 기자총회에서 밝혀진 김시곤 전 국장의 폭로와 관련,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향후 길사장의 거취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